전 소속사 매니저 김모씨 경찰 진술 ‘나비효과’ 부를 수도

탤런트 故 장자연씨 자살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가 3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기위해 경기 성남분당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탤런트 故 장자연씨 자살사건의 핵심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가 지난 3일 오전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국내로 송환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 수사관 1명은 경찰청 인터폴계 직원 1명과 함께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일본 나리타공항의 대한항공 706편 기내에서 일본경찰로부터 김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김씨는 오전 11시 3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 입국수속절차를 밟은 뒤 오후 2시께 분당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은 당초 이날 낮 12시 55분 신병을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김씨가 언론노출을 꺼리며 시간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강요, 협박, 상해, 업무상횡령, 강제추행 등 5개 혐의를 적용, 지난 5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무엇보다 장씨 자살 사건과 김씨가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4월 24일 수사대상자 19명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수사를 보류했던 경찰은 김씨의 검거로 70일만에 재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장자연씨 자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김씨가 일본에서 체포됨에 따라 사건 관련 입건자 9명과 내사중지자 4명 등 13명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과 처벌수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가 서로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아 보강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이는 김씨가 송환됐으니 수사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중간 수사결과와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경찰 수사의지 부활

김씨의 소환으로 경찰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곳은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다. 검찰의 의지에 따라 수사가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에 별다른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피해자 장씨가 고인이 된데다 사건의 핵심인 김씨가 해외로 도피한 상황이어서 수사가 허공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맥빠진 수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씨를 통해 장씨 자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 수 있게 되자 검찰은 경찰의 중간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상당수 수사대상자에 대해 조목조목 보강수사 지시를 내렸다. 김씨에 대한 직접수사 추이에 따라 수사대상자들의 사법처리 내용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경찰은 김씨가 장자연씨를 데리고 마련한 술자리에 3차례 이상 동석했거나 골프접대를 받은 인물들을 참고인중지하고, 1차례 동석했을 경우 내사중지했다. 검찰은 경찰의 이 같은 조치와는 별도로 사건을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중간수사결과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일수는 있겠지만 김씨가 그에 준하는 사법처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파장과 혐의에 대한 법리적 해석은 별도 문제”라며 수사의 객관성을 강조했다.

또 경찰은 수사가 김씨의 자백에 의존한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 “수사 절차상의 문제일 뿐 수사력부재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김씨의 통화내역 14만여건과 계좌·카드 사용내역 955건, 참고인 118명 조사 등 방대한 수사를 통해 김씨를 추궁할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 따라서 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토대는 이미 마련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술자리의 성격과 수사대상자의 참석 경위를 조사해 혐의를 구증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13명의 인사들 외에 추가로 더 많은 인사들이 김씨의 진술을 통해 드러날 경우 추가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수사대상자가 강요죄 공범 혐의를 부인한데다 김씨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사법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숨죽인 김씨 주변인사들

김씨의 신병이 경찰 손에 들어오면 입건 후 참고인 중지됐거나 내사 중지된 수사 대상자들은 추가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김씨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더라도 참고인 중지된 5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김씨의 강요에 의해 장씨가 접대한 술자리에 동석해 강요죄 공범의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김씨를 검거하지 못해 조사가 보류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 5명은 술자리에 세 차례 이상 동석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로, 3차례 이상 술자리에 동석한 것은 접대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참고인 진술과 기초 수사자료를 토대로 소속사 전 대표 김씨와 대질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내사중지된 4명은 김씨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기소 의견 송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강제추행, 배임수재로 입건된 3명은 김씨에 대한 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7명의 불기소처분자나 내사종결자는 특별한 ‘폭탄발언’이 없는 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일본 경찰 조사과정에서 ‘장씨 자살은 성 접대가 원인이 아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점을 미뤄 볼 때 김씨는 경찰조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이처럼 경찰수사에 방어적으로 나설 경우 사건이 전면 확대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