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만 은행과 나눠…손해는 대출자 혼자 감당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공유형 모기지가 출시된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우리은행을 통해 연 1%대 금리의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내려온 것을 감안해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조건이다. 게다가 국민주택기금 대출에 비해 소득제한이 없고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데다가 담보조건까지 너그러워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소득·신용 제한 없고 담보조건까지 너그러워
아파트 양극화 부채질하는 결과 나올 수도

은행을 통한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이름처럼 시세차익을 공유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기존 손익공유형 모기지와 달리 이익만 은행과 나누고 손해는 대출자가 혼자 떠안는 구조다. 이에 반해 손익공유형 모기지의 경우 손해는 대한주택보증에서 일정 부분 보전해준다.

대신 수익공유형은 집값의 최대 70%20~30년의 대출기간 중 7년간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보다 연 1%포인트 낮은 금리로 빌려준다. 이를 계산해보면 지난달 기준 연 1.1%로 초저금리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이때 7년이 지나면 코픽스와 연동돼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환된다. 만약 시중금리가 너무 높아 중도상환을 하려면 일정 금액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또 최대 5년까지는 원금 상환을 미루고 이자만 낼 수 있지만 이후에는 원리금을 균등분할로 상환해야 한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이전에 출시된 손익공유형 모기지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매수자들은 집값이 오를 때 수익을 나누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서 기존 손익공유형은 1.5%의 고정금리를 유지하는 반면 이번 수익공유형은 일정기간 후 코픽스에 가감되는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 시 대출이자 상승분에 대한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7년간 코픽스보다
1% 낮게 책정

또한 정책상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나 1주택자면 신청이 가능하지만 그 수는 시범적으로 3000명에 한정돼 있다. 이중 1주택자는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제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같다.

해당 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방광역시 및 인구 50만 명 이상 지방도시이며 해당 주택은 전용면적 102범위에 속한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의 아파트다. 이는 부동산114의 분석 결과 해당 지역 아파트 전체 가구 수의 약 8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전세수요자를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초저금리로 잠재적인 구매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매매시장 활성화와 전세난 완화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미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주택 구매를 유도하려고 애를 쓰는 상황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이라며 그간 소득 제한에 묶여 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주택 구매의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실수요자
전세 탈피할까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실수요보다 부동산 투기 세력이 몰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신청자가 많아질수록 시세차익을 노린 대상자만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수익공유형 특성상 은행은 집값이 오르는 지역을 선택한 대출자를 선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3구에는 대상주택 조건 중 전용면적과 공시가격을 모두 충족하는 주택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류상으로 무주택자거나 1주택자인 투기자가 강남지역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신청한다고 가정해보자. 강남이라도 오히려 집값 상승 시 은행에 유리해 타 지역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에서 수익이 날 만한 아파트를 선별해 대출해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취지와는 다르게 아파트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 대출자가 혼자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웃 일본의 사례와 같이 저성장에 따른 부동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개인이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게다가 고정금리 기간 이후 시중금리와의 격차가 가시화되면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증가가 범국가적인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7년 후 일부 수익배분과 원리금 상환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7년차까지 발생한 수익을 은행과 공유해야 하고 8년차부터는 일반대출로 전환되기에 결과적으로 장기대출 상품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외국처럼 20~30년에 이르는 롱텀 모기지로 활용되려면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대출상품이 추가로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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