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1988년 그동안 인권 및 시국사건의 변론을 주로 맡아온 중진변호사 30명과 소장변호사 16명이 참여해 결성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약칭이다. 1980년대 말까지 양산된 정치적 양심수들에 대한 변론을 적극적으로 맡아온 이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사회 전반적인 약자들에게 암흑 속의 촛불 같은 존재였다.

출범 이후 민변은 다수의 시국사건 변론을 맡았고, 양심수 석방과 과거청산 등 민감한 사회적 현안에 기여해 많은 성과를 냈다. 자연적인 조직 확대에 의해 단체규모가 1천명에 가까운 변호사 모임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조직이 비대해진 탓인가, 일부 변호사들의 일탈이 연일 말썽이 되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물을 흐려놓는 차원이 아니다.

위선과 독선의 생존의식에 빠져버린 동물적 이기집단화 돼버렸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변호사 윤리 강령을 뒤엎고 법(法)의 이름으로 법 집행을 교묘히 방해하는 일까지 개의치 않는다.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조직적으로 공권력과 법원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 전향하려는 간첩을 면회해 “진술을 거부하고 부인하라”는 민변소속 변호사가 있었고, 집회에서 경찰의 머리를 찍은 혐의를 자백하려 하자 조사실 밖으로 피의자를 데리고 나와 진술거부를 강요한 민변 변호사도 있었다.

‘과거사 사건 부당 수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관여했던 사건을 변호사에게 소개해주고 금품을 받은 변호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이들 변호사들은 정의를 외치며 조사관으로 참여하여 얻은 정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과거사위’와 ‘의문사위’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의혹사건들을 조사해 민청학련,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 등 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200여건을 결정한 바 있다.

사건 피해자들은 이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문제가 된 변호사들은 조사위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한 뒤 사건 피해자들이 낸 재심, 손해배상 청구소송 일부에 직접 변론을 맡기까지 했다. 이들 가운데 한 유명 변호사가 속한 로펌은 소송가액 4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독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변호사들은 입만 열면 비리 타파와 정의구현을 내세우면서 변호사가 과거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변호사법마저 지키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 조사위원 시절 공정한 조사를 했을런지가 몹시 의심스럽다. 드러난 혐의가 사실이면 비리 척결이니 정의니 하는 말을 꺼낼 자격 없는 민변 단체다. 때문에 이번 사건수사의 검찰 책무가 대단히 무겁다.

증거와 법리(法理)에 한 치의 허점이 없어야 한다. 사건의뢰인에 대한 묵비권 강요에 거짓 진술까지 요구하는 사람들이 꼼짝 못할 증거 없이는 순순하게 검찰수사를 받아들일 리 없다. 오히려 ‘민변 탄압’이라는 논란으로 이 위기를 모면코자 할 것임에 틀림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단체의 집단정신, 모럴(moral)이 이렇게 변형되기까지 비만해진 집단 구성원들의 일부 위선적인 사고(思考)나 정신세계가 추측이 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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