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힘은 데이터에서…
 
주식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가장 당혹스러운 경우는 투자의 근거가 되었던 정보나 예측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는 경우이다. 예상과 다른 전개는 대개 손실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식투자는 투기와 같다고 지레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예측을 한 뒤에는 가만히 있어라
 
사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주식시장처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나 많은 곳에서는 예측이라는 것이 실제로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카오스이론 중 나비효과란 것이 있다. 초기 조건의 민감한 의존성에 따른 미래 결과의 예측불가능성을 말한다. 즉 초기 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인데 나비효과의 적절한 예가 바로 주식시장인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주가의 추이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시장 주변에 주가예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주가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강력한 반증이기도 하다. 명확한 과학과 투철한 인문적 소양으로 우주와 인간의 시원에 대한 의문이 상당수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삶이 불명확하기에 터무니없는 종교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시장에 횡행하는 예측은 불행스럽게도 제대로 들어맞는 경우보다 빗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언론을 통해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재테크 전문가들의 예측을 주의깊게 메모해 두었다가 후일 실제와 비교해 보면 황당한 결과거나 뒷북일 가능성이 월등 크다. 심지어 신문기사의 경우에도 유심히 살펴보면 틀림없이 동일한 기자의 리포트인데 어제 한 이야기와 오늘 한 이야기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미래를 가장 성공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가능한 한 예측을 많이 하는 것이다. 예측을 많이 함으로써 들어맞을 가능성을 높인 다음 이후에는 그 예측 중 올바른 예측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다. 이는 사격장에서 총알을 수백 발 쏜 다음 그 중 제대로 맞은 과녁을 내세우며 사격술의 뛰어남을 자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실제로 이 방법은 많은 전문가들에 의하여 애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예측을 한 후 가만히 있는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상승만 계속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하락하는 법이다. 따라서 상승이나 하락을 예측한 뒤 맞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발생한 뒤 ‘아무개 씨는 여러 해 전부터 그런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측했다’는 식의 기사가 눈에 띈다. 아무개 씨가 최근 몇 년 동안은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갑자기 특별한 예측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몇 년 동안 아무개 씨의 예측은 틀렸다. 드디어 이제 한번 맞혔다’가 정확한 기사이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볼 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일일 뿐더러 그 같은 감언이설에 솔깃하는 것 역시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자칭 타칭 전문가들의 증시예측과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더러는 맞는 것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훗날 틀린 것으로 드러날 그 많은 예측을 일반 투자자로서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까.
 
전문가들은 우리 범인들보다는 시장을 바라보는 식견, 접하는 정보의 수준이 월등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전문가들의 예측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이는 명백히 오류이다. 식견이 높다는 것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전혀 별개의 사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증권사의 시장전망 및 예측 보고서를 받아 든다. 보고서에는 온갖 현란한 전문용어와 휘황찬란한 차트가 빼곡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문서를 읽고 난 뒤 이 문서가 추천한 종목의 매수에 뛰어든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가 추천한 종목의 수익률이 원숭이가 마구잡이로 추천한 종목의 수익률보다도 형편없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경우는 아니고 미국, 유렵과 같은 투자선진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란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뚜렷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결과로서는 비슷하겠지만 나중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모르고 당할 때는 억울함만이 남지만 알고 당할 때는 자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라는 이들의 이러저러한 예측을 접할 때 그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러한 주장을 하게 되는 로직, 즉 논리를 배우는 것이 적절하다. 
 
증권사의 투자정보를 접할 때 우리는 역시 마찬가지로 대응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이를 추종하거나 혹은 비논리적으로 경원시 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논리를 파악하는 것이 긴요하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대단히 과학적이고 분석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논리로 종목을 추천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데이터와 그로부터 파생하는 논리적 귀결에 모순은 없는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기대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면 그 뿐이다. 
 
이러한 작업은 스스로 홀로서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터에서 시작하여 예측에 이르는 그 논리를 익힐 때 우리는 데이터만 가지고도 스스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재테크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고의 자질은 시장을 예측하는 힘이며 그 힘은 바로 데이터를 가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위력적이 되며 그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는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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