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 유학생 잇단 불운 ‘워킹홀리데이의 저주’
인구 1만에 경찰은 9명… ‘안전지대 아니다’
지난달 29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체류 중이던 20대 한인 남녀가 실종 1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비극의 주인공은 전남 소재 모 대학 4학년 김민석(25)씨와 안경화(26·여)씨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의 오렌지 농장 직원인 이들은 지난달 22일 동료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나가 종적을 감췄었다.
이들의 시신은 마지막으로 동료들과 어울렸던 농장 숙소서 남쪽으로 약 7km 정도 떨어진 머림비지(Murrumbidgee)강 관계수로에서 발견됐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차는 현대자동차의 금색 액센트로 김씨가 안씨와 함께 타고 나간 것이었다.
현지 경찰과 언론에 따르면 김씨와 안씨는 2미터 깊이의 수로에 차가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곧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실종당일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드라이브를 나갔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갑과 여권 등은 모두 숙소에 보관된 상태였다.
사건과 관련, 일부 현지 언론이 경찰의 늑장 수사 의혹을 제기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호주 언론 데일리 애드버타이저(The Daily Advertiser)는 최근 경찰의 공개수사가 실종 신고 접수 사흘 뒤인 같은 달 27일에야 이뤄진 것에 대해 꼬집었다.
이에 현지 경찰 측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 총영사관이 나서 ‘실종 신고는 23일 오후에 접수됐지만 사건 특성상 바로 공개수색을 하기는 어렵다.
또 사고 지역인 리튼(Leeton)은 인구가 1만 밖에 되지 않아 경찰 인원이 9명뿐이다’고 설명했다. 적은 수사 인력으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총영사관 측은 경찰은 물론 자원봉사자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에 나섰지만 비극을 막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숨진 김씨는 1년 유학을 마치고 대학 졸업을 위해 다음달 귀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우범지역 피해보다 개인 부주의 탓 커”
최근 호주 지역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영사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잇단 한인 피해가 호주의 치안상황 때문이라기보다 유학생 개인의 부주의 탓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학업비자 소지자에 비해 워킹홀리데이 연수생들은 훨씬 자유로운 환경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한다. 이런 까닭에 상당수 유학생들이 쉽게 도박이나 음주운전 등 일탈행위에 빠진다.
지난달 22일 오전 시드니 시내 쇼핑센터 옥상에서 안모(25)씨가 5층 아래로 몸을 던져 숨졌다. 지난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한 안씨는 현지에서 도박에 빠져 생활비와 학비를 탕진하자 이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새벽 퀸즐랜드 인근 마운트그라바트에서는 역시 20대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연수생이 음주운전을 하다 가로수를 들이받아 동승한 강모(23·여·그리스피대)씨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소지자와 관련해 총 360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해 총 12명이 숨졌다. 재작년인 2007년에는 사망자가 17명에 달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최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최근 호주 내 한인 유학생들의 참변과 관련해 “앞으로 불행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수시로 출국한다는 점 등 때문에 별도의 안전교육은 실시하지 않았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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