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예식장만 돌며 축의금 ‘슬쩍’

도둑들에게도 ‘강남’은 막연한 부의 상징인 모양이다. 경찰은 강남에 있는 예식홀만 돌며 혼주의 친인척으로 속인 뒤 축의금 봉투를 빼돌린 60대 ‘늙은 도둑’을 붙잡았다.

결혼식장 전문 털이범인 김모(64)씨는 범행 무대를 당초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으로 옮겨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007년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이 든 봉투를 훔치다 붙잡혀 교도소에서 1년6개월 동안 수감됐다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김씨는 석 달 만에 범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봉투마다 축의금 액수가 많아야 5만원 정도인 것에 실망한 김씨는 고급 예식장이 몰려있는 강남으로 무대를 옮겼다. 고가아파트가 즐비한 만큼 강남권 예식장 축의금 액수가 경기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짐작은 들어맞았다.

실제로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최고급 예식장에서 한번에 300여 만원이 든 축의금 봉투 16장을 훔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봉투당 액수가 평균 20여만원이었다는 점에서 경기도에서 범행할 때보다 수입이 최소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축의금을 모아 대표로 전달하러 온 하객을 범행 표적으로 삼았다.

하객에게 식권을 나눠주고 혼잡한 결혼식장의 질서유지 역할까지 맡는 등 ‘명연기’를 펼친 김씨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강남 일대 고급예식장 6곳에서 750여 만원을 훔쳤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뒤늦게 축의금 봉투 몇 장이 사라진 것 같다는 고객의 항의를 접수하고 CCTV 분석에 들어간 예식장과 경찰에 의해 범행이 들통나고 말았다.

경찰은 4일 김씨를 절도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훔친 돈은 도박을 해 대부분 날렸다”고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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