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것은 ‘기본’
 
주식투자자들은 흔히 투자의 왕도란 무엇일까를 묻곤 한다. 각종 투자설명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유명 투자분석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한다. 그렇게 열심을 보이지만 결론은 늘 뭔가 뜬구름 잡는 식이거나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것이 옳은 것도 같고 저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저것이 합당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갈피를 잡기 어렵고 더러는 지치기 마련이다. 
 
호기심 갖고 주변 자원 발굴
스스로 잘 아는 분야 투자해야
 
우리가 애매하게 느끼는 이유는 저들의 이야기나 논리가 그른 것이 아니라 시장의 어느 한 면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대단히 기민하고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등 실로 복잡다기하다. 따라서 시장을 짧게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자연스레 어느 한 면만을 부각시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차트를 인용하는 이는 줄곧 차트만 보여주고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는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결론은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고 그 길이 곧 왕도임을 깨닫는 것이다. 
 
숲 속에서 길을 잃게 된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서둘러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방향을 잡을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울 때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보유한 자원이 무엇인지 확인한 이후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 때 무모하지 않은 합리적인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 
 
여윳돈으로 투자하라는 조언은 무리하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전으로 투자할 경우 무리를 하게 되고 욕심을 불러 일으키며 이것은 왕왕 조급하고 그릇된 결정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반면 여유있는 투자는 느긋한 마음으로 시장을 관조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워렌 버핏의 성공 이유가 일관성에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일관성은 투자의 선택을 최종적으로 지지하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한 이후에는 주변에서 활용가능한 자원을 찾아내야 한다. 생존은 결국 자원확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경우에도 자원확보가 중요한데 그것은 정보일 수도 있고 자금, 지식일 수도 있다. 워렌 버핏이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스스로 익숙한 것, 잘 알고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음은 유명한 사실이다. 
 
이들 쓸모있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은 왕성한 호기심이다. 자극에도 무덤덤한 상태로 있음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퇴행에 다름 아니다.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은 배우려는 자세, 왕성한 호기심이 특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 브라질 유통업계가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CEO들에게 선진유통기법을 배우기 위하여 방문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대부분의 회사가 거절했는데 샘 월튼만은 그들을 초청해 며칠을 함께 지냈다. 그런데 월마트의 노하우를 배우러 온 브라질 사람들은 월튼이 그들에게 계속 무언가 묻고 있음을 깨달았다. 브라질 유통업의 환경, 라틴 아메리카 유통업의 특징 등 월튼은 그들에게 브라질과 남미시장에 대하여 매우 자세히 묻고 있었던 것이다. 브라질 유통업자들은 자신들이 월마트를 방문한 동안 오히려 월튼이 브라질과 남미의 시장에 대하여 철저하게 배우고 있음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겸손한 태도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는 것이 샘 월튼이 월마트의 후계자를 결정할 때 가장 주안을 두고 고려했던 점이다. 그 결과 겸손하고 조용하지만 항상 질문하는 글래스에게 1988년 월마트의 경영권을 물려주게 된다. 세계 최고의 유통업체 CEO가 된 글래스는 일반인에게 전혀 생소한 사람이었지만 10년 넘게 월마트 CEO로 일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배우는 자세를 잊지 않고 월마트를 성장시킨 사람으로 남게 된다. 
 
우리는 무언가 특출한 비결을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주식의 왕도를 묻는 것은 바로 그러한 행동의 일단이다. 그러나 본디 왕도란 따로 없다. 오로지 원칙이 있을 뿐이다. 그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고 그 원칙을 통하여 목적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때 우리는 이를 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주식투자의 왕도란 무엇일까. 그것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주변의 자원을 최대한 발굴하고 이를 재료로 삼아 스스로 잘아는 분야에 투자한다’ 정도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에서 널리 회자되는 주식투자 성공원칙 중 하나는 다섯 개의 욕망을 회피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것은 질투, 오만, 탐욕, 분노, 게으름이다. 이 욕망들은 우리의 경쟁심에 불을 붙이고 위험을 무릅쓰게 하며 판단력을 흐려놓는 악덕이다. 시장은 이 오욕에 지배되는 사람들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들에게 통렬한 타격을 가한다. 
 
오욕을 멀리함과 더불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투자자로서 다년간의 교육과 훈련과 경험, 하루 중 상당부분을 연구와 분석과 투자에 할애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 시장을 읽는 능력 등이다. 이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지속적인 의지가 또한 중요하다. 이것이 훌륭한 투자자,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기본적인 자질이다.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것은 바로 기본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고수는 기본을 중요시 하고 하수는 기본을 우습게 여긴다. 기본이란 쉽기 때문에 처음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에 배우는 것이다. 기본이 충실할 때 이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멋진 한 수가 자연스레 발휘되는 것이고 그렇게 때문에 기본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틈만 나면 기본을 익히고 또 익히는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의 길, 그것은 더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시장과 참여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굳건한 행동을 시작할 때 비로소 열리는 험난한 길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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