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하나금융에 몸담은 하나-외환은행 합병 관련 임원들이 대부분 갈리고 하나은행장도 새로 선출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양행 조기통합론이 법원의 결정에 잠시 꺾인 탓이다. 이에 섣부르게 추진한 양행 합병이 잠정 중단되면서 다음 달 김 회장의 연임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행 합병추진 임원 대부분 갈려신임 은행장 선출도
연내 통합 불가론에 주가 3분의 1토막타 은행주에 밀려

하나은행이 돌연 새 행장을 맞이했다.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은 지난 9일 신임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돼 10일 취임식을 가졌다.

애초 하나금융은 양행 조기통합을 추진하면서 현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통합은행장으로 앉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임 하나은행장 선출은 이 같은 계획에 변화가 생겼음을 감지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일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준법감시인 등 새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추진단장 등 조기통합을 추진하던 관련 임원들이 대부분 자진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4일 양행 합병절차를 잠정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이 깊다.

이번 가처분 명령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오는 6월까지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및 합병인가 신청서 제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특히 하나금융이 조기통합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며 무시하던 2.17 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사법부에 의해 인정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2.17 합의서의 법적효력이 인정됐을 뿐 아니라 김정태 회장이 주도한 일방적인 조기통합 절차의 부당성을 드러낸 결정이라고 말했다.

2.17 합의서
법적효력 인정

하지만 하나금융은 법원의 가처분 명령이 나온 직후 전 일간지에 광고를 내며 법원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담당 임원들의 자진사퇴 형식을 빌린 해임과 신임 하나은행장 선출로 조기통합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또 향후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준비하며 다시금 합병을 빠르게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하나금융의 태도가 김정태 회장의 연임 여부와 결부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까지로 양행 조기통합이 속전속결로 성사됐을 경우 연임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으로 상반기 합병은 아예 불가능해졌고 하반기 역시 명분 자체가 퇴색되면서 연내 조기통합 불가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이 지난해 7월 때이른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이 같은 책임론이 김 회장에게 번지기 전에 미리 관련 임원들의 사퇴를 발표하며 진화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시 김 회장이 외환은행과 사전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조기통합을 천명한 것이 더 큰 불화의 불씨로 작용했음은 명약관화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아니면 조기통합을 추진할 인사가 없다는 이유에서 결국 연임이 성사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이 이번 일로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 명백하며 추후 합병 추진에서도 전만큼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의 비교로 전임 수장 그림자 지우기에 바쁜 김 회장으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실적도 기대치 이하

한편 하나금융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게다가 하나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감이 더해갔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4분기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는 513억 원을 기록했다면서 또한 합병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실적 부진은 대한전선 등 감액손실과 환율 등 비화폐성 손실 때문이라며 양행 통합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와 외환은행의 성장성·수익성 정상화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절차 중단에 따라 올해 상반기 합병은 힘들게 됐다면서 통합이 지연되면서 하나금융에 대한 투자심리가 떨어지고 영업력 회복과 시너지 효과도 더욱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로 바닥을 치는 등 타 은행주보다 깊은 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은 12일 장중 28400원으로 지난해 94일 최고가 43750원 대비 36% 하락하며 3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또 자사주 매입에 힘썼던 김정태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도 함께 떨어지면서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자승자박이 아니겠냐는 평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8개월간 조기통합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김 회장이 올스톱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면서 하나금융의 향후 계획 역시 전면 수정되는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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