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도 창작물? 저작권 인정받아도 유통 금지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야동(음란동영상)’을 둘러싸고 창작물·저작권 논란이 일고 있다. 그것도 ‘야동 제작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IT 최강국인 우리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발단은 지난 2009년 미국과 일본의 동영상 제작 업체가 저작권을 주장하며 대용량 동영상을 올린 사람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내 검찰은 “법적으로 유포가 금지된 음란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며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락될 것 같던 소송이 지난달 26일 서울남부지법에 한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영상물 복제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 저작권 위반 ‘무죄’ 음란물 유포죄 ‘유죄’
야동 업로드 양은 ‘홍수’ 넘어 ‘쓰나미’ 수준

야동의 보급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은 웹하드 업체들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웹하드 업체 대부분에는 성인 컨텐츠가 탑재돼 있다. 이들 다수가 불법 야동이다. 정식으로 돈을 주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불법 유출된 동영상을 개인들이 다시 업로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업체 1 곳 하루 평균
5100여개 야동 업로드

국내 최대 웹하드 업체인 A사에는 하루 평균 5100여개의 야동이 올라온다. 시간당 200건이 넘는 야동이 올라오는 셈이다. 이 야동의 용량은 8500GB다. 일반 영화 한편이 700MB 수준인데 비하면 엄청난 양의 야동이 매시간 업로드 되고 있는 것이다.

웹하드 업체 한 곳이 이정도니 국내 모든 웹하드 업체를 따져본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야동이 불법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야동 홍수’를 넘어 ‘쓰나미’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PC 외에 또 다른 보급로가 뚫렸다.

스마트폰이 LTE급 속도를 자랑하는 만큼 불법 야동의 확산 속도도 LTE급으로 빨라지고 있다. 사실 이쯤 되면 일본과 미국의 성인콘텐츠 사업자들은 국내에서의 사업이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란성 여부 떠나
영상 복제·전송이 문제“

일본의 동영상제작 업체들이 소송을 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사업도 펼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업체들은 일본지적재산진흥협회를 통해 2013년부터 꾸준히 소송을 진행해 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13년 11월부터 이 협회는 헤비 업로더가 아닌 웹하드 업체로 대상을 바꿨다.

당시 일본 성인동영상 업체 13곳으로부터 판권을 구입한 뒤 ‘에로물’로 수위를 낮춰 편집해 국내에 유통시키려던 한국 업체는 4만여건에 이르는 야동의 저작권 보호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웹하드 업체 10여 곳에 보냈다. 또 이들 업체 가운데 4곳을 서울남부지검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4월 대검 지침에 따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유포죄를 물어 업체 1곳은 약식기소, 1곳은 기소유예 처분만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웹하드 업체 한 곳을 상대로 영상물 복제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일본 업체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음란 동영상 여부를 떠나 영상을 복제·전송하는 것이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한국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윤리성·사회성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런 법리를 검찰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민사소송을 냈다”고 전했다.

반면 웹하드 업체 쪽 변호사는 “설령 저작권이 인정된다 해도 법에서 유통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법원 결정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 소송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그 결과에 따라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일본 업체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내 웹하드 업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내 웹하드 업체가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향후 일본 성인 컨텐츠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은 사실상 힘들어질 전망이다.

웹하드 업체들
포인트·다운로드로 장사

일본 업체들이 서울남부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만큼 결과는 판결을 기다려 봐야 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분명한 것은 야동의 유통이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하드 업체들이 야동을 제거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자들의 다운로드 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웹하드 대부분에서는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는 코인, 캐시, 포인트 등을 현금으로 구입해야 한다. 웹하드 이용자들이 더 많은 동영상을 다운 받을수록 현금 충전을 많이 하게 되고 웹하드 업체들의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적극적으로 불법 야동 컨텐츠를 척결하지 않는 이유다.

기자는 지난 16일 국내에서 운영 중인 A 웹하드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해 봤다. 홈페이지 메뉴에는 ‘성인’ 카테고리가 영화, 드라마, 동영상, 게임, 유틸 등과 함께 노출돼 있었다. ‘성인’ 카테고리를 클릭하고 들어서자 수없이 많은 컨텐츠들의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도 자극적인 것들이 많았다. ‘몸매 좋고 잘 느끼고 사운드도 좋은 그녀’ ‘기모노 입고 흑형들과 화끈하게’ ‘신혼부부 집에 찾아 온 낯선 손님’ 등 제목만 봐도 다운로드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제목을 잘 살펴보면 ‘서노’ ‘일노’ ‘국노’ 등으로 표현된 글도 볼 수 있다. ‘서노’는 ‘서양인 노모자이크 동영상’이라는 뜻으로 ‘일노’는 ‘일본인 노모자이크 동영상’ ‘국노’는 ‘우리나라 노모자이크 동영상’이라는 뜻이다.

야동 팔아
돈 버는 사람 많아

야동으로 돈을 버는 것은 업체뿐만이 아니다. 야동을 웹하드에 올린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다. 실제 지난 4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음란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판매해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C씨(49)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인터넷 웹하드에 음란 동영상 3472편을 유포하고 불특정 다수의 웹하드 회원들에게 1편당 100∼400포인트를 받고 판매해 28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웹하드에서 사용하는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야동을 유포하고 돈을 챙긴 것이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야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한 야동의 불법 복제 및 전송을 차단하는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알 수가 없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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