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헬기 도입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중고아파치 사업이 난항에 부딪히자 공격형 헬기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군은 국산 공격 헬기는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개발이 기간이 길다는 이유를 들어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는 군의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 기동헬기(KUH) 1호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공격형 헬기를 개발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개발팀 관계자는 “수리온을 공격형헬기로 활용할 경우 기존부품이 63~90%를 활용할수 있기 때문에 단가절감과 개발기간 축소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롱보우안테나는 국내서 개발중인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며 무기장착능력 또한 T-50에서 입증한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이 기동헬기를 이용해 한국형 공격헬기개발까지 나선다는 전략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미 자체적으로 공격헬기 활용도를 검토한 바 있으며 이미 개발을 통해 확보한 로터블레이드, 항전임무 장비 개발기술 등 대부분의 기술을 공격헬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공격헬기 개발범위에 따라 수리온 부품의 63~90%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공격헬기에 추가되는 무장관련 기술은 각종 유도탄 및 탐지·추적 관련사업과 T/A-50사업 등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과 국내업체의 이 같은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 의지와는 달리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지침에 따라 올해 국방예산에 처음 편성된 탐색연구개발비 착수금 30억원을 전액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 사업은 자동으로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윤>


한국 공격형 헬기부대 창설 잘될까?

군 당국은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부대의 완전 철수에 대비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아파치급 공격형 헬기부대의 창설을 추진해 왔다.

군 관계자는 7월 2일 “현재 육군이 운용 중인 공격형 헬기인 AH-1S와 500MD의 노후화로 인해 새로운 기종을 운용할 공격형 헬기부대가 필요하다”며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독자적인 작전능력 확보 차원에서 그 수준의 기종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H-1S 등을 운용하는 기존 여단급의 공격형 헬기부대를 전환, 아파치급으로 전력이 향상된 새 헬기부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창설 시기는 2013년이 유력한 가운데 헬기 확보가 늦어질 경우 2015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군의 이 같은 계획은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철수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새로운 공격형 헬기부대에서 운용할 헬기 확보 문제와 관련, 중고 아파치 도입은 한미가 구입 조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고, 국내 독자 개발은 전력화 시기가 늦어진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완전 철수와 우리 군의 새 헬기부대 창설이 제대로 맞물려 추진되지 않을 경우 전력 공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는 막강한 화력과 기동성을 겸비해 휴전선 인근에 전진 배치된 북한군의 기갑 전력 억제와 특수부대 기습 침투 저지 등의 중요 임무를 맡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전 관계자 “공격헬기 개발 길게 봐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연구를 담당하다 퇴직한 한 군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개발에 관한 실무와 효율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예산만 보는 이들 때문에 국방사업이 이리저리 휘둘리기 일쑤라고 한탄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와의 인터뷰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중고 아파치 헬기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 그 사업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미국이 아파치 헬기를 팔면서 여러 옵션을 추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초반에 제시한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하더라도 미국의 판매 관례를 감안하지 않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게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 공격헬기의 국산화 사업에 대한 찬반의 목소리가 있다.
▲ 공격헬기의 국산화는 매우 중요하다. 수리온이나 T-50을 보면 국산 무기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나 예산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이들은 눈앞의 것만 생각하지 장기적인 이익이나 발전은 생각하지 않는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생산될 수 있는 다른 기종들이나 장비는 부가적으로 큰 수익을 내는 부분이다. 공격헬기를 국산화하면 그 부가가치는 개발비의 몇 배를 건지고도 남을 것이다.

- 미국의 아파치 헬기 대대가 완전 철수하면 전력공백 얼마나 심각한가.
▲ 아파치 헬기가 뛰어난 무기인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대체할 무기체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일반에 알려진 것 보다 그리 심각한 전력공백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실전 운용이 가능한 공격헬기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아파치의 부재는 분명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 아파치에 견줄만한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 가능한가.
▲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과거 개발자들이 헬기 개발에 매달리는 현장을 보면 치열하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군인으로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 마지않는다. 개발관계자들은 거의 밤을 지새우기를 밥 먹듯 하고 모텔에 모두 모여 노트북으로 연구하기도 한다. 대부분 한 달에 하루 이틀 집에 들어가면서 일을 한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T-50도 나오고 수리온도 나온 것이다. 공격헬기 국산화를 위해 연구진들이 이렇게 연구하다 중고 아파치 도입한다고 연구가 중단됐을 때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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