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폐기직전 헬기 팔아먹으려다‘들통’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대대가 본국으로 철수를 추진한다. 아파치 헬기대대 철수로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도 공격형 헬기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군은 전작권이 환수되는 2013년 주한미군 아파치헬기가 철수된다는 것을 전제로 아파치 급으로 전력이 향상된 새 헬기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졸속으로 공격형 헬기도입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공격헬기사업 계획을 검토 중인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빠르면 올해 말 헬기 계발 사업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하고 ▲중고아파치 도입 ▲국내 연구개발 ▲혼합운영 등 다각도로 방향을 모색 해왔다. 특히 국내 연구개발을 할 경우 7월 31일 출고된 수리온과 연계한 방식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아파치 도입 과정

그러나 최근 방사청이 중고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려다 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졸속으로 국가중대사를 처리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무모한 짓을 하려다 망신만 당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계획이 전면 재검토하게 된 내막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익명의 군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4월 미국측은 주한합동업무군사협조단(Jusmag-K) 단장을 통해 방사청과 합참의장에 공식서한을 보내 중고 아파치 판매를 제안해왔다.

이후 4개월 뒤인 8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6개월에 걸친 한국형공격헬기 획득방안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중고아파치(대형) 36대 구매하고 소형공격헬기를 자체 개발(200여대)하는 이른바 high-low 개념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9월 합동참모회의를 거쳐 대형공격헬기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해 이상희 국방부장관의 결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이 국방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중고아파치헬기 도입사업을 포함한 high-low 사업을 보고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중고 아파치 헬기 36대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당 130억 정도로 1조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여기에 소형무장헬기 200대(3조3000억원)를 포함하면 총 사업비는 4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국형 대형 공격헬기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7~8조 가량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절반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격형 헬기 부대를 갖추는 셈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도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6월경 이 국방장관은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거의 확실시돼 보였던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 한다는 것이었다.


전면 재검토 그 내막은?

올해 3월 방사청은 주한합동업무군사협조단을 통해 미 육군에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 사업 관련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 내용은 중고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면 얼마나 운용이 가능한지, 성능 자료 및 개발규격 제공이 가능한지, 후속 정비, 관리는 용이한지, 납품은 언제부터 가능한 지 등이었다.

이에 미 육군은 4월 말 방사청에 답변서를 보내왔다. 2012년 6월 18대, 2014년 1월 18대로 납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약 낙찰 통보가 2010년 1월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납품까지는 최소 3년 걸린다며 사실상 답변대로는 납품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측의 판매조건은 한 술 더 떠 한국 측이 중고 아파치 실물에 대해 상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즉, 한국은 헬기를 미국이 골라서 보내주는 것만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또 엔진을 포함한 교체대상 품목의 수명이 300시간 이하 일 경우에만 부품 교체를 하고, 수명이 500시간 이하면 정비 검사를 수행하는 것으로 이라크와 아프칸 전에 참전한 헬기를 다시 작전 수행이 가능한 준비상태로 만들어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고 헬기의 구입조건은 향후 30년간 운용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측의 조건대로라면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배짱장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2018년부터 아파치 부품 및 수리부속 물량 공급을 보장할 수 없으니 미리 30년치 부품을 패키지로 구매하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기체비용을 대당 214억원으로 제시했다. 추가 장비, 후속근무지원, 운용비용까지 합하면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460억원 이상든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사 관계자들은 “미국측이 제안한 대로 중고 아파치 헬기를 구입하면 심각한 예산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며 구입을 반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고 아파치 헬기 구입 계획으로 공격형 헬기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도 중단돼 미군의 아파치 부대가 철수할 경우 공백을 채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형공격헬기 개발 사업은 독자 기술 확보와 그에 따른 산업파급효과와 제 3국 수출이라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의욕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중고 아파치 도입 계획으로 현재 전면 보류된 상태다.

국회 국방위 김학송 국방위원장, 김무송 의원 등은 중고아파치헬기 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6월 30일 국회 국방위에서 김무성 의원은 이 국방장관에게 “중고아파치도입 사업은 경제성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옳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 사업에 조기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3개 대대 규모로 아파치 헬기를 운용해 왔으나 2004년 1개 대대를 철수했다. 이어 올해 초 다시 1개 대대를 철수시켜 현재 1개 대대(24대)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전작권이 환수되는 2013년에는 마지막 1개 대대도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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