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실 유골함 도난 사건

8월 26일 오전 고 최진실씨 유골함 절도 용의자 박모씨가 사건 발생 21일만에 검거돼 경기도 양평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여 일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진실 유골함 도난 사건이 용의자 박모(41)씨가 붙잡히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박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그가 “꿈속에서 최씨가 나타나 유골함을 꺼내 달라고 했다”며 다소 엉뚱한 진술을 하고 있어 정신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년 전 신내림을 받았다는 박씨. 과연 그가 최진실 유골함을 절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은 전문가들을 통해 그의 정신 분석에 대해 들어봤다.

8월 25일 고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인 양평경찰서는 유력한 용의자 박씨를 대구에서 검거해 이송,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에 살고 있는 한 시민이 CCTV 화면을 보고 이웃에 사는 박씨와 걸음걸이가 유사하다는 제보가 들어와 확인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대구로 수사진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보를 받은 직후 용의자 박씨의 휴대폰 사용 내역과 인근 지역 CCTV를 확인한 결과 박씨가 사건 당일 밤 최씨 유골함이 안치된 갑산 공원에 간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송된 박 씨는 진술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일체에 대해 모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범행 동기에 대해선 다소 황당한 얘기를 꺼냈다. 박씨는 “최씨가 꿈에 나타나 유골함을 빼내 달라고 했다. 최씨의 영혼이 내게 들어왔다”고 진술한 것.

특히 박씨는 몇 년 전 신내림을 받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점을 들어 어떤 종교적 목적 때문에 유골함을 절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종교적 목적도 박씨의 범행동기를 완벽하게 특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박씨가 유골함을 절도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며 그의 범죄 심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 지도층, 기업 총수 겨냥 모방범죄 우려

박씨는 대구의 한 재래시장에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주변 이웃들은 그에 대해 온순하며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고 전한다.

한 이웃은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다. 온순하면서 아들과 함께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전혀 박씨가 용의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싱크대 수리점에 법당 같은 것을 차려 놓은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한 집에서는 목탁 소리도 들리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이런 이상 행동들 때문에 이웃들은 그가 신내림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박씨 본인도 경찰 진술에서 법당을 만들었다가 지난해 없앴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씨가 정신이상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한 정신분석 전문가는 “박씨 본인이 최씨의 영혼이 들어왔다는 말을 한 점과 집안에 법당을 차려놓은 점 등을 볼 때 정신이상의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금전이나 어떤 소유욕 때문에 유골함을 절도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석대 김상균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보통 범죄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체계적 범죄와 비체계적 범죄인데 박씨의 경우 체계적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체계적 범죄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범행을 하는 유형으로 정신이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

김 교수는 “아직 정확한 정신분석을 하기엔 정보가 부족하지만 일련의 범행과정을 살펴보면 계획적 범행이며 어떤 금전적 이득이나 소유욕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자택에 법당을 차려놓거나 가족들과 독립된 생활을 하는 은둔형태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범죄 유형을 봤을 땐 체계적 범죄로 판단된다”며 박씨의 범죄유형을 분류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언론을 통해 밝힌바 있다.

표 교수는 “우상으로 여기는 여성이 죽은 뒤 유골을 박씨가 소유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 또한 합리적 동기인 금적전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을 수도 있다. 희귀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암시장을 통해 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심리 때문에 절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 분석은 박씨가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껏 언론을 통해 나온 정보들만 가지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한 모방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유명인들과 사회 지도층, 대기업 회장 등을 대상으로 한 유골 절도범들이 난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석대 김 교수는 “특히 이번 사건에 주목해야 될 것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방범죄다. 사자를 대상으로 한 분묘사건이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명 기업의 설립자라든가 유명인들의 유골을 절도하는 범죄가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박씨에 대한 조사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최씨의 유골을 절도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또한 이번 수사에서 초기대응의 문제점과 향후 유골 절도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태다. 이번 유골 절도 사건이 어떤식으로 결론 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최씨 유골 진위 판단하기 힘들어

고 최진실씨의 유골을 되찾으면서 과연 이 유골이 최씨의 유골인지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혹시라도 박씨가 유골을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의학계와 경찰은 유골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과학적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수한 유골에서 DNA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장을 할 때 약 600도 이상의 고열로 사용한다. 거의 대부분의 세포들이 모두 파괴되고 재만 남는다. 이 때문에 최씨의 유골인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유골이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는 알 수 있다. 박씨의 진술 외에는 유골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와 유족측이 유골이 고인의 것이라고 확인했기 때문에 더 이상 확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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