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납치수법 경보 ‘아무도 믿지 마라’

지난달 23일 실종된 이용우군. 옷차림 그대로 사라졌다.

“실종 열흘 되면 생존율 한자리수”

지난달 24일 실종신고를 접수한 부산 북부경찰서는 실종 열흘 만인 지난 1일 이군의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일반적으로 행방불명 사흘째를 넘기면 실종자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일주일이 지나면 생존율은 한자리수로 추락한다.

소년은 어디로 간 걸까. 먼저 실종 당일 이군의 행적을 따라가 보자.

그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 경 집을 나와 은행을 찾았다. 이군은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 2만원을 찾았다. 은행 CCTV 화면에 따르면 동행한 사람은 없었다. 그의 계좌에는 훨씬 많은 잔액이 남은 상태였다.

이군의 모습은 인근 지하철 CCTV에도 찍혔다. 은행을 나와 지하철을 탄 그의 모습이 다시 포착된 건 그날 저녁 7시께.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제주도행 배에 오른 것이 확인됐다.

소년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이튿날 새벽 3시경 전남 완도군 청산도다. 이곳 기지국이 이군의 휴대폰 신호를 마지막으로 잡은 것. 그러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이후 그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가족과 수사팀은 이군의 실종이 ‘단순 가출’이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놓은 지 보름이 넘은 상황에서 소년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그가 납치, 살해 등 범죄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이군은 여행보다는 컴퓨터게임을 더 즐기며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이군의 누나(18)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생이 집을 나갈 이유가 없다. 집과 학교생활에 문제도 없었고 공부에 관심은 없었지만 성적을 고민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가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 이군의 부친은 제주도로 날아가 아들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모친은 언제라도 막내가 돌아오길 기도하며 자택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노인·아줌마 믿었다 ‘인신매매’?

수사팀 관계자는 “CCTV 화면에 이군이 혼자 찍힌 것으로 미뤄 가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휴대폰 신호가 제주도가 아닌 완도에서 잡혔다는 점에서 납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녀를 불문하고 희생자를 납치하는 신종 인신매매단의 존재가 인터넷상에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 일명 ‘지하철 신종납치’ ‘빚쟁이 아줌마 납치범’ ‘할머니 인신매매단’ 등으로 알려진 납치수법은 한 낮 대로변이나 출퇴근 지하철 등 붐비는 장소에서 대담하게 벌어져 섬뜩함을 자아낸다.

특히 납치범이라고 의심하기 힘든 노파나 중년여성이 범행에 가담, 피해자를 유인해 대부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노인이 무거운 짐을 들어달라거나 길을 잃었다며 목적지까지 안내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일단 주의해야 한다.

이들이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 알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런 식으로 유인한 남성을 인신매매 조직이 심하게 폭행해 불법조업 어선에 팔아넘긴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택시를 이용한 납치사건도 젊은이들을 노린다. 한 누리꾼은 최근 한 포탈사이트 게시판에 ‘동생의 친구가 몇 년 전 당한 사건’이라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동아리 모임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여대생 A양은 귀가 길에 택시를 탔다. 이를 걱정한 남자선배가 동승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한적한 길가에 갑자기 차를 세운 기사는 “차가 이상하다”며 동승한 남성에게 내려서 차를 좀 밀어줄 것을 부탁했다. 남성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기사는 A양을 태운 채 도주했고 며칠 뒤 A양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냉혈한 시대. 인터넷 속 신종납치수법은 하나의 ‘도시괴담’으로 진화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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