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투자리스크 관리할 시점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다수인 93.9%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침체(recession)에서 불황(depression)으로 발전하는 위기국면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의 개념정리에 따르면 불황이란 실업자의 증가를 수반하는 광범위한 불경기를 말하며 침체는 불황보다는 완만하면서 일시적인 경기후퇴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또한 불황이라고 대답한 국민의 절반 정도는 경제회복 시기를 오는 2017년 이후로 예측하고 있으며 가계소비 역시 작년보다도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땐 현금 지키기가 우선 과제
꼭 투자하려면 생필품 소비재 종목 노려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제정책 당국의 고민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 침체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시 행정부의 저소득 국민을 위한 주택정책으로 포장돼 있었지만 결국 그 정체는 저소득층이 그나마 간신히 보유하고 있던 빈약한 자산마저 빼앗는 횡포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 비판적인 경제학자들의 의견이다. 
 
이후 사태의 수습을 위한 행보는 익히 알려진 바이다. 금융기관 간 그리고 경제주체 간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하여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 취해지고 시티그룹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에서 보듯 대마불사, 복잡불사라는 우울한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을 뿐이다. 대규모로 풀린 달러화는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며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는 실물과 괴리된 주식시장의 상승을 시연하였고 이제 미국의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회복국면에 접어든 지금 각국은 유동성 축소에 따른 자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예기하며 불안해하는 딱한 상황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라는 것은 늘 어려움의 연속이다. 눈 앞에 닥친 어려움을 애써 극복하고 난 뒤의 기쁨은 잠시 뿐 곧장 또 새로운 어려움이 엄습한다. 어쩌면 이 중단없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인생일지도 모른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저 위대한 처칠은 “지옥을 통과 중일 때는 계속 가라"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면 그리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가 옳은 것이라면 남은 것은 인내와 끈기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예측하는 바와 같이 올 한 해 우리의 경제상황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나타낼 것이다. 주식시장 역시 변동성이 증가하며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예상대로 시장상황이 펼쳐질 경우 투자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적절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경기가 불황일 때 그리고 그 양상이 거의 디플레이션의 모습을 보일 때에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줄곧 우상향을 거듭해온 우리 경제는 사실 디플레이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출지상주의에 의하여 견인된 성장일변도의 우리 경제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개발독재로 일컬어지는 박정희 정권 십수 년 동안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대략 연 16.5%로 조사되었다. 최근의 물가상승률이 3% 이하인 것에 비추어볼 때 16.5%라는 수치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하에서 경제 환경은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가 익히 아는 경제지식은 거의 인플레이션 환경 하에서 통용되는 것들뿐이다. IMF 사태로 인한 경제적 급변이 있었지만 그것은 펀더멘틀이 건재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위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어쨌든 정부에서는 총력을 다해 디플레이션을 저지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암울한 글로벌 경제에 비춰 볼 때 불행한 상황은 불현듯 찾아올 수도 있으므로 미리 공부하고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물가도 하락하고 자산 가치 역시 하락하게 된다. 대표적인 자산인 부동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현금성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 포인트가 된다. 현금의 구매력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IMF 사태 당시 폭락한 부동산을 일부 현금보유자들이 거저 줍다시피 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현금보유자들은 봄날을 맞이하겠지만 이와 반대로 채무자들은 엄청난 곤욕을 겪게 된다. 돈의 실질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자연 채무의 가치도 상승하는 격이 되어 갚아야 할 빚의 더욱 커지는 결과가 된다. 
 
우리 국민들의 자산 중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은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매매가격이 크게 하락하게 된다. 더군다나 고령화에 따른 수요부재로 인해 일본식의 L자형 장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 소득 또한 창업수요 부진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소득에 대한 신뢰는 대단히 확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인플레이션 시기에 형성된 편견이다. 미국 대공황 시기에 주식시장이 바닥을 친 이후 10년이 넘도록 부동산 임대수익을 줄곧 하락하기만 했다. 
 
주식투자는 가치투자의 개념으로는 어려운 시기가 된다. 가치 자체가 평가 절하되는 마당에 가치투자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는 괜찮을 거라고 판단하는 분들이 많은데 미국의 경우 대공황 발발 후 3년 내내 폭락하여 고점 대비 10분의 1 토막이 났고 전고점 회복에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1989년 12월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고점의 반절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 아래의 투자 제1원칙은 무조건 리스크 관리이다. 재테크의 전제가 리스크 관리지만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더욱 투자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투자수익을 보겠다고 부동산,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현금을 지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오히려 남는 장사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반드시 투자를 해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생필품소비재와 유틸리티 종목이 적당하다. 기본적인 생활은 경제상황과 그다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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