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의 국민지지율이 한때 67%까지 치솟았었다. 깨끗한 이미지에 원칙주의 철학이 국가 장래에 희망을 갖게 한 것이다. 그랬던 지지도가 집권 딱 2년 지난 시점에 반토막 수준까지 내려오는 충격적 현상이 빚어졌다. 소위 정치평론가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연일 종편 채널에 출연해서 이런 저런 분석을 쏟아 놓고, 오프라인, 온라인 할 것 없이 전 언론이 이를 호재로 한 지적과 전망을 내놓기에 바빴다.
집권 3년차에 지지율 30%대 붕괴는 조기 레임덕을 의미하며 국정수행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우려 깊은 목소리를 여권에서조차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뱉어내는 볼멘소리가 ‘소통 부재’고, ‘인사난맥’이었다. 그럼 한번 따져보자. 소통이란 게 서로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한다는 뜻일 진데, 그러자면 쌍방간에 갖춰야 할 기본 범절이 있다.

서로의 존재나 서있는 위치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명색 대통령에 출마했다는 사람이 “박근혜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온 국민을 향해 공언하는 정치 풍토에서 무슨 재주로 반대파들의 꽁꽁 닫아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소통을 할 것인가 말이다. 민생은 관심 없고 사사건건 대통령 발목잡기로 야당성 경쟁을 벌이는 판이니 누구와 뭘 소통하라는 건지 여권 수뇌부 입장이 답답하기 그지없을게다.

이런 압박감이 오히려 인사 폭을 위축시켜 국정목표를 개인의 충성도에 의지케 되는 인사난맥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통치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럼 내부 권력투쟁이 필연적이고 전열은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권력내부가 흩어지는데 민심이 흩어지지 않을 리 없다. 박근혜 지지층을 일컬어 콘크리트, 철벽 지지층으로 불렀다. 그런 지지자들이 절반 이상이나 등을 돌린 건 분명히 하나의 ‘사태’였다.

그런 사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이후 설 연휴를 기점으로 점차 회복 기운에 들어섰다. 정부 여당 쪽에 달라진 거라곤 그때까지는 총리가 인준되고 장관 몇 사람이 바뀐 것이 전부였다. 이완구 총리임명은 오히려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터였다. 그런데 민심 기류에 티나는 변화가 생겼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신임대표최고위원의 취임 제1성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이를 위해 위대한 진군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문재인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겠다는 말도 했다. 사건은 또 있었다. 그는 새정연 당대표에 출마한 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국민통합을 위해 반대쪽 50%를 포용할 인사가 필요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호남 인사를 임명해야 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충청권이 들끓고, 박근혜 피로감에 젖어들던 대구 경북 텃밭민심이 다시 눈을 부릅뜨기 시작하고, 50대의 이탈 현상이 잦아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홧김에 집나간 보수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찢어 발겨진 여권이 뭉치는 계기도 됐다. 부동산 관련 3개법안 늑장처리를 ‘퉁퉁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하며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고 경제 살리기 ‘직접소통’에 나선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주변 국가들까지 주시하는 상황이다. 과연 한국이 새로 기회를 잡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비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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