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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해로 시즌 3년차에 접어든 기성용이 ‘맨유 킬러’로 등극하며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미 박지성 선수가 기록한 한국인 시즌 최다골 기록을 뛰어넘을 준비를 마쳤고 8살 연상인 배우 한혜진과 2세 소식을 알리면서 예비 아빠로의 바쁜 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기성용의 올 시즌 키워드는 진화로 손꼽힌다. 만년 수비와 중원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공격자원까지 넘보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그의 매력을 만나본다.

팬들의 기대 진화로 화답…수비형 미드필더 어엿한 공격 자원 성장
아시안컵 통한 멀티플레이어 가치…시장가격 연초보다 40% 급증


호주 아시안컵에서 93.1%의 탁월한 패스성공률로 공수 조절의 핵심 키워드였던 기성용이 복귀하자마자 잇달아 골문을 흔들며 어엿한 공격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간 지적됐던 체력적인 문제도 시즌 내내 풀타임을 소화해내며 말끔히 씻어냈고 포지션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박스형 미드필더로 올 시즌에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일정부분 소화해내며 공격자원으로 한층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달 22일 영국 스완지의 리버티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14-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팀의 2대 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스완지시티는 전반 28분 안드레 에레라에게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2분 뒤 기성용이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성용은 존조 셸비가 올린 크로스를 왼발로 방향만 바꿔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 후반 28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기성용이 셸비에게 정확한 패스로 연결했고 셸비의 중거리 슈팅은 고미스를 맞고 굴절돼 골망을 흔들며 2-1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서 기성용은 시즌 5호 골을 넣으며 한국 선수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박지성이 2006-2007시즌과 2010-2011시즌에 세운 바 있다.

더욱이 기성용은 개막전에서 맨유를 상대로 시즌 1호 골을 넣으며 승리로 이끌었고 이번에도 맨유를 격침시킴으로써 ‘맨유 킬러’로 등극했다.

기성용은 경기 후 “앞으로 전진할 기회를 잡게 됐고 자신감을 찾으면서 득점을 하게됐다”며 “내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전진하면서 득점도 해야 한다. 내가 골을 넣으면 팀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 셸비와 내가 득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고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들의 반응은 뜨겁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평점 8점을 부여하며 맨오브더매치(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이들은 “기성용이 스완지시티를 춤추게 했다”면서 “기성용의 활약과 함께 스완지시티는 EPL 입성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맨유를 2번이나 꺾는 기염을 토했다”고 극찬했다. 

EPL 역시 지난달 23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베스트 11에 기성용을 선정해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

공격본능
맨유 킬러 등극

지난 시즌 선덜랜드에 임대됐다가 스완지시티로 돌아온 기성용은 지난해 8월 개막전인 맨유전에서 시즌 1호 골을 꽂아 넣으며 대활약을 예고했다.

잠잠했던 득점포는 지난해 12월 3일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재가동됐고 18일 후 헐시티와의 17라운드에서 선제골의 주인공이 되면서 시즌 3호 골을 챙겼다.

기성용은 아시안컵 이후 소속팀에 합류한 지 나흘 만에 출전한 지난달 8일 선덜랜드와의 24라운드 홈경기에서 헤딩 동점골로 팀의 패배를 막은 후 2주 만에 다시 골을 뽑아 5호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 한골 이상을 더 넣게 되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은 기성용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명실공히 스완지시티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면서 빅클럽행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기성용의 올 시즌 득점 행진과 직결돼있다. 더욱이 그는 올 시즌 양발활용 능력과 골결정력에서 빛을 발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기성용은 올 시즌 리그 23경기에 출전해 21차례 슛을 시도했다. 경기당 1개 미만의 슛을 기록했지만 전체 슛 중에서 절반이 넘는 11개가 골문을 향했고 5개 슛이 골로 이어졌다. 덕분에 그는 팀의 최다 득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원래 그의 포지션은 공격 참여가 높은 중원자원이 아니다. 하지만 팀이 리드를 뺏겼을 때나 세트피스 상황 등에서 무게중심을 공격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격에 힘을 실었을 때는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또 올 시즌 자유자재로 양 발을 활용하면서 골문을 노린 것이 득점력 상승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기성용은 5골 중 3골을 왼발로 해결했다. 이미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전담 키커로 활약할 만큼 오른발 킥이 뛰어난 데다 왼발도 수준급 킥 능력을 보유하면서 어떠한 위치에서도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전천후 미드필더로 진화를 거듭하며 빅클럽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2012년 여름 EPL에 처음 진출한 기성용은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나섰다. 이후 선덜랜드 임대시절에는 서서히 활동 폭을 넓혀 가면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대명사로 평가받고 있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진영 페널티박스를 오가는 폭넓은 활동폭을 보여주는 전천후 중원자원을 뜻한다. 수비 시에는 포백라인을 지원하는 수비수 역할을 맡지만 공격시에는 과감하게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이시안컵에서는 측면 공격자원으로 변신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팔색조 기성용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보다 높은
골의 가치

더욱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시즌 최다골 타이기록을 세우면서 그의 골 가치는 집중 조명되고 있다. 기성용은 올 시즌 EPL에서 코리안리거 시대를 연 박지성이 세운 5골과 동타를 이뤘고 아직 남은 12경기 동안 한 골 이상을 추가하게 되면 그 기록을 추월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골 수뿐만 아니라 박지성과의 포지션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했을 때 기성용의 골은 박지성의 기록보다 무게감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먼저 포지션을 살펴보면 박지성은 맨유에서 활약할 당시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염격히 분류하면 공격자원이다. 이후 ‘수비형 윙어’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고 해도 주임무는 공격이었다.

반면 기성용은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터로 주임무는 공수 조율과 좌우와 앞으로 찔러주는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결국 기성용에게 주어지는 득점 찬스는 박지성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소속팀 전력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올 시즌 스완지시티는 리그 9위에 올라 있다.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하지만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유는 당시 세계 최고 플레이어들의 집합소였다. 2006-2007시즌에 박지성은 호날두, 루니, 스콜스, 긱스, 캐릭, 네빌, 에인세, 에브라, 솔사르, 퍼디낸드, 판 데 사르, 스미스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박지성이 각각 5골을 넣었던 때 맨유는 EPL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기준 두 팀 선수단 전체 연봉규모는 맨유가 약 3190억 원, 스완지시티가 약 940억 원으로 약 3.4배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전력 차이가 있기에 기성용의 5골은 박지성의 5골보다 더욱 값진 결과다.

또 기성용의 올 시즌 득점기록은 빅클럽의 수비형 미드필터들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리그에서 기성용보다 많은 득점에 성공한 빅클럽 수비형 미드필더는 리버풀의 제라드(6골)가 유일하다. 그러나 6골중 4골이 페널티킥이었다는 점에서 기성용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밖에 첼시의 마티치는 1골, 멘시티의 피르난지뉴는 2골, 맨유의 블린트는 2골, 아스널의 램지는 3골, 토트넘의 벤탈랩은 아직 득점이 없다.

기성용의 질주는 또 다른 기록에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성용은 올 시즌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0.22골(23경기 5골), 리그컵을 포함한 전체 경기에서는 0.21골(24경기 5골)을 넣었다. 올 시즌 종료까지 12경기 남은 상황에서 수치상으로 2.5~2.6골을 추가할 수 있다. 이에 기성용이 3골을 더 넣는다면 박지성이 2010-2011시즌에 세웠던 한 시즌 최다골인 8골(리그 5골, 리그컵 2골, 유럽챔피언스리그 1골)과 동률을 이루게 돼 한국인 유럽 빅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기성용에 대해 고종수, 윤정환 등을 키워낸 아버지 기영옥 광주광역시축구협회장은 “프리미어리거로서 손색이 없다. 적응이 다 된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 회장은 기성용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우선 “(성용이가) 체력적으로 단련이 됐다는 게 눈에 보인다. 그게 영국 축구에 적응했다고 내가 말하는 이유”라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등 더 신경쓰더라”고 설명했다.

기 회장의 말처럼 기성용은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19살부터 지적받던 체력을 올 시즌 완전히 불식시켰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26경기 중 22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고 한 경기를 교체로 들어갔다. 또 아시안컵에서는 국가대표 주장을 맡으며 6경기 중 5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 합류하면서 지친 기색 없이 펄펄 날고 있다.

기성용도 성장의 비결로 연습을 꼽았다. 그는 “매일 훈련을 열심히 한다. 그라운드에서 항상 중압감을 느끼지만 이를 잘 견뎌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나도 더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한다”며 “내 경기력이 더 좋아지고 득점도 많이 하게 된 것은 훈련 덕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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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상승률
해외파 중 최고

올 시즌 화려한 득점포를 선보이면서 기성용의 시장가치 또한 급등했다.

특히 아시안컵을 통해 해외파들의 진가가 드러나면서 대부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독일 축구 이적시장 전문매체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해외파 중 가장 높은 시장가치를 가진 선수는 손흥민으로 아시안컵,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한달여 만에 연초 몸값 201억37000만 원에서 40억 원 가까이 껑충 뛰며 240억8400만 원으로 평가됐다.

2위로는 기성용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120억4206만 원으로 평가를 받아 연초 86억3000만 원보다 무려 40%나 올랐다. 금액으로는 손흥민이 앞서지만 상승률로만 따지면 기성용이 최고수준이다.

그 뒤로는 구자철이 67억7365만 원으로 연초(71억8980만 원)에 비해 약간 떨어졌고 4위에 오른 이청용은 45억1577만 으로 연초 대비 소폭 상승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김진수와 박주호가 37억6314만 원으로 나란히 5위를 기록했다.

스완지시티 팬들도 기성용의 몸값을 올려줘야 한다고 할 정도다. 이들은 각종 댓글과 SNS를 통해 “기성용 연봉 30억 원 정도다 스완지 구단주는 기성용에게 더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기성용이 꾸준히 스완지시티에 남아준다면 레전드가 될 듯하다”, “기성용 또 맨유 상대로 골, 사실상 올 시즌 선수야”. “기성용 골, 우리 팀 최고의 선수가 되어 있다”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기성용은 시즌 5호골과 함께 젖병 세리머니를 선보여 자신의 아내인 배우 한혜진의 임신 소식을 직접 알렸다. 축구선수들은 종종 아내가 임신했을 경우 이 같은 골 세리머니로 사실을 알려왔다. 이에 한혜진의 소속사인 나무엑터스 따르면 “한혜진이 임신했다”면서 “현재 임신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또 한혜진의 측근은 지난달 25일 한 매체를 통해 “한혜진이 현재 임신 10주차다. 언니(한무영)가 다녔던 강남의 한 산부인과를 다니며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결혼 1년 7개월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성용은 골을 넣을 때마다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여 아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기성용의 올 시즌 활약은 매우 뜨겁다. 전천후 미드필더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예비아빠 소식까지 들리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들로 가득하다. 또 축구대표팀에서 주장으로서의 역할은 제 옷을 입은 듯한 무게감과 안정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에 진출하기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 이젠 변방이 아닌 EPL의 중심으로 진출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기성용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유럽리그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최고의 시즌으로 마치겠다는 그의 각오처럼 박지성의 명맥을 이어가는 프리미어리거로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기성용의 각오는 진행형이다. 그는 소속팀에게도 ‘최고 시즌’을 선사할 것을 약속했다. 기성용은 “남은 12경기 모두 집중해야 한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기는 어렵게 됐지만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많은 승점을 얻고 싶다. 아마 승점 50점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역대 최고 순위로 시즌을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역대 최고 승점을 원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최고를 위한 명풍 득점포가 가동되기를 바란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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