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와 나란히 올려…의혹 증폭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부산은행이 국제금융센터와 함께 지하철 역명을 나란히 쓰는 데 대한 의구심이 더해가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부산지하철의 옛 문전역 역명 변경 후보안이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일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사실 국제금융센터에는 민간인 부산은행보다도 공공성과 상징성이 있는 기관들이 대거 입주했다. 그러나 부산교통공사는 굳이 부산은행을 역명에 따로 끼워 넣음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긴 지하철명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지역 내 사기업 최초로 등극근처 공공기관 입지 무색
부산시장 해외 순방 시 BS금융과 커넥션?특혜 시비 일어

통상적으로 역명을 개정할 때는 각 후보안을 두고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동명 등 지명이 가장 우선권을 가지며 한 곳이 아닌 두 곳 이상이 팽팽하다면 한 글자씩 따서 짓기도 한다. 또 공공기관이나 대표 문화재 등도 자주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된다.

부산지하철의 경우 부산교통공사에 의해 역명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심의위에서는 외부인사, 공사 관계자, 부산시의원, 부산시 관계자 등 모두 7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명칭 후보는 부산국제금융센터, 문현금융단지,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 등 총 3개였다. 이중 선택된 것은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으로 전국에서 가장 긴 11글자짜리 역명이다.

현행 규정을 보면 지자체별로 역명 선정에 관한 규정이 존재할 뿐 세부적인 기준은 제각기 다른 상황이다. 그나마도 발음상 혼란이 없고 가급적 짧은 음절과 부르기 쉬운 명칭을 택한다는 가이드라인 정도다. 역이라는 특수성에 부동산 등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는데도 정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셈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공기관조차 치열한 주역명 선점 싸움에서 민간기업이 선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산만 봐도 벡스코(BEXCO)와 같은 국제전시장 역시 주역명이 아닌 병행표기에 지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사용료도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다. 역명 병행표기에 따른 사용액은 보통 수천만 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병행표기조차 어려운데
당당히 주역명 차지

애초 부산은행은 본점을 옛 문전역 앞으로 이전한다는 이유를 들어 역명에 들어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가 포함된 문현금융단지에는 부산은행뿐 아니라 한국은행 부산본부, 한국거래소(KRX),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주택금융공사(HF) 13개 공공 금융기관이 줄줄이 포진해있다.

실제로 은행명이 역명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그 자체가 매우 희귀한 편이다. 국책 및 민간은행을 모두 짚어봐도 서울 및 수도권에는 사례가 전무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공공기관조차 선별적으로 택해지는 마당에 은행이라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에는 대구은행이 역명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이 역시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앞서 대구시교육청은 공공성 면에서 대구은행이 아닌 대구시교육청이 역명으로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부산은행이 지하철 역명에 자리잡은 것은 사실상 특혜에 가깝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참여연대는 지난해 말 부산교통공사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부산참여연대 관계자는 도시철도 역명에 일반 사기업 이름을 포함시켜 연간 수천만 원대의 병행표기 수익을 포기한 것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된다면서 심의위 규정에도 역명 개정 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토록 돼 있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이 과정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현금융단지 등
주요안 제치고 통과

물론 부산교통공사 측에도 항변은 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문전역의 역명 개정 후보안은 부산시와 해당 기관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문현금융단지는 관할 남구청에서, 부산국제금융센터 및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은 부산시의 의견이었다. 이에 공사는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부산은행에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열어줬으나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산은행이 후보안에 있었던 것 자체가 부산시에서 해당 은행에 대한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부산교통공사가 역명 병행표기로 얻을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해당 안을 택한 것은 일종의 외압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역명 변경 전 부산은행이 속한 BS금융그룹의 해외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BS금융그룹에는 BS캐피탈이라는 여신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의 미얀마 법인이 새로 문을 열면서 부산시장을 초대한 그림이다.

이후 부산은행은 역명 변경 후보안에 국제금융센터와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됐고 심의위에서 만장일치에 통과되는 행운을 맛본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역명은 부산은행 본점과 가깝다는 점과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지역인재 채용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면서도 다른 안에 비해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은 기타의견에 지나지 않았으나 심의위가 만장일치로 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산지하철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역명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관계자는 부산은행의 역명 선택은 사기업명을 공식 역명으로 사용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산시는 자체적인 의견과 해당 기관의 입장을 반영했을 뿐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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