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이달 말 2%대 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줄이기의 일환으로 이자만이 아닌 원리금을 함께 갚으면 금리를 낮춰주는 대출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만약 일정한 소득이 있어 원리금 상환 능력이 된다면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해볼 만하나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산기를 잘 두드려봐야 하겠다.

장기 고정금리로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
연내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선택 가능

안심전환대출은 2%대 중후반 고정금리로 기존 대출자의 전환만 허용되고 신규 대출자는 이용이 제한되는 상품이다. 취지 자체가 과거 4~5%대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기존 대출 갈아타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을 갈아타려면 추후 원금을 한 번에 갚지 않고 매달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하는 탓에 대출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오는 24일 출시되는 이 전환대출은 장기 고정금리에 분할상환 방식으로 20년 만기 기준 2.8~2.9%대 금리가 가능하다.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기존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는 70%, 60%로 동일하게 묶여 있으며 원대출의 잔액 범위 내에서만 전환된다.

대상자는 기존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은행권 대출자로 최소 1년이 경과한 대출을 보유하고 최근 6개월간 연체기록이 없어야 한다. 적격대출과 같은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며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도 모두 대상 밖이다. 올해 20조 원 한도로 운용이 예정돼 있는데 출시 전부터 기존 대출자들의 문의가 이어져 조기소진될 전망이다.

일정한 소득 있으면
고려해볼 만해

그렇다면 실제로 체감하는 이자감소 비용은 얼마나 될까. 만약 A씨가 2013년 초 시가 3억 원의 주택을 구입하면서 18000만 원을 변동금리 4.0%5년 만기로 대출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일정한 소득이 있는 A씨지만 대부분의 주택 구입자들이 그러하듯 원리금 균등상환보다는 원금 일시상환을 택했을 것이다.

혹여 A씨에게 원금을 따로 모아 재테크로 불려 만기에 갚으려던 야심찬 포트폴리오가 있었다면 전환대출 출시를 계기로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단순히 한 해 이자만 계산해도 이전 대출은 720만 원인데 반해 전환대출은 500~520만 원대로 연 200만 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자소득공제 등 예상치 못했던 세제혜택도 따라붙는 것을 감안하면 총 절약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물론 이자와 함께 원금을 상환한다는 조건을 잊지 않았을 때에 한한다. 다달이 원리금을 빼고도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 주담대와
금리차 좁아질 수도

반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되면 이번에 출시된 전환대출의 메리트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기존 대출이 3~5년 내외 중단기였던 것과 달리 전환대출은 최저 10년부터 최장 30년으로 장기만 가능하다. 기본고정형과 금리조정형이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조정이 5년 단위라는 점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일반 주담대 금리는 평균 3%대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으나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3%대 극초반을 달린다. 이러한 시점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전환대출이나 일반 주담대나 차이가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가계 입장에서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부담이 큰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도 금리차가 크지 않으면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국내의 경우 올해까지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거나 오히려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전환대출은 금리 면에서 기존 고정금리에 비해 낫긴 하지만 한동안은 변동금리 상품이 더 유리한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nykim@ilyoseoul.co.kr

 

▲ 안심전환대출 시행안 <자료=금융위원회>


[
박스] 저리대출 압력에 속앓이하는 은행권

주택저당증권(MBS) 100% 의무 매입수익성 악화 뻔해

곧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이 은행권의 고민을 깊어가게 만들고 있다. 당장 예대마진 저하는 물론 주택저당증권(MBS)마저 강제 매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 시행안을 발표하면서 대상인 16개 은행들을 향해 은근한 압력을 가했다. 해당 실적을 은행 혁신성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이 대출을 늘리려면 대출전환분 20조 원의 100%에 달하는 MBS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만 한다. 이는 은행이 대출전환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하는 채권 규모만큼 현금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위의 방침이다.

현재 MBS 금리는 2%대 중반대로 국채 수익률에 지나지 않는다. 또 사들인 MBS1년간 팔지 못하는 제한기간까지 걸려 있다. 기대보다 낮은 수익에다 대량의 자금까지 꼼짝없이 묶여버리는 셈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예대마진 감소와 MBS 매입 등으로 총 14001600억 원가량의 이익이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 등 은행 대표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현상 역시 관련 우려가 반영된 탓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상 당장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해야 하나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한 대비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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