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사망’이라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인기 드라마 ‘킬미힐미’는 다중인격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동학대와 방관이 주제인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아동 학대의 목격자 차도현(지성 분)이 피해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여 대신 아파하는 설정인데, 작가의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손에 잡힐 듯 절절하다.

드라마 작가가 한 명의 어른으로서 감성을 무기로 아동학대 방관에 제동을 걸었다면, 최근 대법원은 이성을 무기로 우리 사회의 미성년자녀들에 대한 복리를 보장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법원은 24년 만에 가사소송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며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고, 그 중 ‘미성년 양자가 직접 양부모를 상대로 파양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위 개정안의 취지는 도와줄 사람 없는 미성년양자가 직접 양부모를 상대로 파양을 청구하여 스스로 학대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미성년양자가 학대를 받아도 양부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별대리인 선임이라는 생소한 절차에 절차를 거듭해야했는데, 이제 그 절차의 번거로움을 가볍게 해줬다.

얼마 전 ‘울산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기사가 유행처럼 신문지상의 한 부분을 장식하다 지나갔고, 최근에는 그 후속 보도로 위 입양아의 양부에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는 기사가 스치고 지나갔다. 겨우 두 살 이었던 입양아는 스스로 파양을 신청할 수 없으니, 지금의 가사소송법 개정조차 위 입양아를 보호해 줄 수 없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고, 가사소송법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는 수많은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감성과 이성을 무기로 한 전 방위적인 제도 정비로 아이들의 얼굴에 홍조가 돌기를 기대하고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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