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는 3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김영란법)’을 찬성 228, 반대 4, 기권 15표로 통과시켰다.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가인권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제출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이 법은 공포후 1년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공(公)과 사(私)를 구분치 못하고 부정청탁과 민원을 가리지 못하며 뇌물과 선물을 구분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김영란법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법적 처벌장치다.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토록 했다.

놀랍게도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비판적이다. 정치권은 처벌 범위의 모호성, 적용대상의 지나친 포괄성, 연좌제 소지, 위헌성, 과잉입법, 등을 주장한다. 미비점들은 보완하면 된다. 원래 개혁에는 반드시 손해보는 세력이 있고 그들의 반발이 따르게 마련이다.

언론계의 주요 일간지들도 사설을 통해 ‘국회 기능 스스로 포기한 김영란법 통과’ 등 불평이 많다. 언론의 ‘부패 문제는 언론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정도(政道)’라며 반박했다. 검찰과 경찰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법적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언론이 ‘사기업인데, 다른 산업은 포함시키지 않으면서도 언론 산업만 포함시킨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옹졸하기 그지없다.

다른 산업은 제외하고 언론만 포함시켰다는 반박은 설득력이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언론은 국가권력 3부에 이어 제4부라고 할 정도로 사립기관이면서도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교육계도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교육계가 마치 부정의 온상인 듯 비쳐 교원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사립학교 교원은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립교원의 경우 지난 날 ‘촌지’로 나라를 병들게 했고 지금도 여러 형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데서 김영란법에 포함되어 마땅하다.

언론과 교원은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득권 보호에 급급해선 아니 된다. 김영란법 처벌범위에서 빼달라고 졸라대지 말고 깨끗하게 살면 김영란법이 무서울 게 없다. 실상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려면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물론이려니와 기업 종교 시민단체 교육 언론 모두가 함께 맑아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권력의 제5부로 불리는 시민단체가 김영란법에서 벗어난 건 아쉽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한 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기 검사를 받았다. 우리의 은행 간부는 검사가 끝난 후 미국 검사관들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대접했다. 그러나 그 미국 검사관들은 다음 날 저녁 식사값을 속달 우편을 통해 수표로 보내왔다. 김영란법도 우리나라 검사관들이 저녁을 대접받은 후 식사대를 우편을 통해 돌려보내는 것이 몸에 배도록 청렴화 하는 데 기여하리라 믿는다.

김영란법은 누대에 걸쳐 우리 국민의 의식을 병들게 한 부정청탁, 금품수수, 과잉접대, 과잉향응, 과잉선물 등을 치유할 수 있는 포괄적인 처방임이 분명하다. 김영란법에는 처벌범위의 모호성 등 보완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은 것으로 지적 되었다. 그래도 김영란법은 이 시대가 요청하는 필수 명제라는 데서 차질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정치권 언론계 교육계는 평생 공짜 점심 한 끼 얻어먹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유의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