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서 중화학·금융 인수 몸집 키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사진)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신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10년 동안 중화학, 금융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을 4배 이상 성장시켰다.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신격호 총괄회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재계는 신 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신 회장의 롯데로 탈바꿈했다고 평가한다. 국제금융 감각을 갖춘 2세 경영자에서 롯데그룹의 수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하이마트 등 내실에 의문이 제기되는 시선도 많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대비된 경영스타일
 제2롯데월드·하이마트 등 해결할 문제도 많아

신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04년도부터다. 당시 그는 국제금융 감각을 갖춘 2세 경영자로만 평가받았지만, 10년 뒤인 현재에는 롯데그룹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10년 동안 유통을 비롯한 중화학, 금융 등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의 몸집을 키워왔다. 10년 동안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의 수는 35개에 이른다.

우선 유통공룡답게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을 확장해 왔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GS리테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바이더웨이, 하이마트 등을 인수했다.

또한 비유통 사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의 전신이 된 대한화재를 인수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두산주류BG와 해태음료 안성공장을 각각 5000억 여 원에 사들였다. 롯데푸드는 파스퇴르 인수에 이어 지난해 한국네슬레와 각각 50% 지분을 투자해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세웠다.

석유화학사업도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다. 현대석유화학 2단지(현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했으며,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석유화학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신 회장은 이와 동시에 해외사업 진출도 추진했다. 롯데제과를 통해 인도와 베트남, 벨기에, 파키스탄의 제과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또 필리핀 펩시도 인수했는데 인수비용만 1180억 원이 소요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형 유통기업인 타임스, 말레이시아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을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 같은 행보로 롯데그룹은 70여 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으며, 신 회장의 경영 참여 후 4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2004년 23조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83조 원까지 상승했다. 재계 순위도 5위로 올라섰다.

이에 재계는 “신 회장의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로  롯데그룹의 위상이 달라졌다”며 “유통뿐만 아니라 비유통 사업부의 성장을 이끌어온 만큼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계구도 변수 두고 봐야

이 같은 신 회장의 행보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는 다른 경영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화려한 것은 지양하고 실리를 챙긴다’는 ‘거화취실’ 경영철학을 앞세운 보수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반면 신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롯데그룹 외형 확장,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아왔다.

다만, 신 회장 체제의 롯데그룹 경영이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많다.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웠지만 인수한 기업의 내실에 대해서는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에 2012년 11월 인수된 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하이마트 지분 65.25% 인수를 위해 1조2480억 원을 투입했다. 대우인터내셔날과 대한통운 등의 인수실패 후에 이뤄진 성과인데다가, 전자기기 유통업계 1위인 하이마트와 롯데그룹의 결합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인수 후 오히려 실적이 떨어졌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9%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8% 떨어졌다. 다만 매출은 6.7% 늘어났다.

또 롯데그룹 매출의 41%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쇼핑도 국내 경기 불황으로 백화점 부문 등이 1% 성장에 머물고 있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진출 사업 역시 쉽지 않은 모양새다. 중국 유통기업 타임스 인수 후 점포수를 103개까지 늘렸지만, 지난해 중국시장 매출은 15%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도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종 안전문제로 논란이 돼온 제2롯데월드는 1일 평균 방문객이 넉달 새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11월 10만 명이었던 1일 평균 방문객은 지난해 12월 7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올해 1~2월 동안은 5만 명대로 급락했다.

당초 롯데그룹은 고용 유발, 지역 상권 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7조 원에 달하는 효과를 예측했지만 잇따라 불거진 안전문제는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변수도 신동빈 회장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이유로 지적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 경영 일선에서 내려오면서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일본롯데는 신동주, 한국롯데는 신동빈으로 여겨지던 체제가 깨진 것이다.

재계는 신동빈 회장의 1인 체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신동빈 회장이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에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는 별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후계구도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이미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 체제로 운영, 정착된 상태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가 변화됐다고 해서 한국롯데 운영이 변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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