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는 사상초유의 저금리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버거운 과도한 가계부채 규모와 내수 부진 그리고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 팽창에 따른 환율 상승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으리라고 짐작된다. 칼 날 위에 선 심정으로 내린 결정이니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더욱 면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개인의 차원에서도 글로벌 혹은 국가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고 더욱 보수적인 투자가 긴요한 상황이다. 
 
면밀한 정책적 대응 필요한 시점
개인들 보수적 투자 자세 가져야    
 
단순히 주식투자를 하는데 글로벌 차원의 고려가 무슨 필요인가 하는 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이상 이것은 우문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금리인하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각국의 양적 확대에 따른 원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악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해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범위는 고작 180도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곤충은 거의 360도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바라보는 높이는 2미터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독수리는 거의 수백 수천 미터 상공에서 조망이 가능하다. 시야가 좁고 낮을 때 볼 수 있는 대상과 시야가 넓고 높을 때 볼 수 있는 대상은 차원이 아예 다르다. 
 
당장 급해보이는 것에만 매몰되어서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도 없고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알아차릴 수도 없다. 또한 땅바닥 가까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어서는 세상의 흐름을 조망할 수 없다. 새로운 생각도 만들어 낼 수 없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액체사회로 지칭되기도 하는 포스트 산업사회인 현재 거의 모든 기업은 전방위적인 경쟁에 내몰려 있다.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아디다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닌텐도이기도 한 것이다. 나이키를 신고 운동에 나서야 할 청소년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들고 집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의 경쟁상대가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아이폰이지만 모든 것이 유동적인 현대사회에 있어서 그 경쟁상대는 코카콜라이기도 하다. 휴대전화의 최대고객인 청소년과 청년들은 쉴 때 과거에는 음료수를 마셨는데 이제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따라서 갤럭시S와 코카콜라는 경쟁관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거 업종이 다를 경우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전혀 다른 업종 간에도 같은 고객층을 놓고 경쟁하는 현대사회를 액체사회라고 한다.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역설적인 이 상황에서 탁월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기업이 진정 가치를 지닌 투자처이다. 과거와 같이 혼자만의 길을 가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실로 위대한 것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아이튠즈 같은 개별 상품이나 서비스 때문이 아니다. 
 
이 기기와 서비스를 통하여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히고 새로운 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기존의 기술을 끌어모아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혔고 아이튠즈는 CD에 담아 거래하던 음악을 다운로드 방식으로 바꾸며 아예 새로운 판을 만들었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다. 그 위대함이 대중들의 인정을 받으며 인류 역사 상 애플을 가장 큰 기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야를 넓히고 높였다 하더라도 정작 행동에 나서지 않고서는 아무런 소득도 반향도 없다. 한 발을 육지에 두고 다른 한 발을 배에 두고서는 어디론가 항해할 수 없는 법이다. 그저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이런 의미에서 실로 가슴에 새길만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진실로 스스로 탈바꿈할 수 있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식인은 문제를 해결하고 천재는 이를 예방한다. 천재는 고사하고 지식인도 아닌 우리는 그저 대응할 뿐이다. 이것은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생존 차원의 적극적 행동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다. 변화는 대개 위험을 동반하고 인간은 변화보다는 안주가 선사하는 평안함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손을 잡고 함께 오는 변화와 위험, 변화를 따르는 그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결코 뭔가 새로 일어나지 않는다. 
 
‘육지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야말로 진정한 항해가 시작된 것’이라는 항해사를 위한 격언이 있다. 변화와 도전을 시작했음에도 마음 한 쪽을 육지 기슭에 두고 바다만 바라본다면 진정 변화를 위한 항해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마음이 육지에 남아있다 해도 이미 항해는 시작되었고 위험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 위험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스스로 땅 기슭에 둔 마음을 모두 거두어 들여야만 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상초유의 저금리 정책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상초유의 정책답게 사상최대의 파탄을 일으킬지 혹은 눈부시게 극적인 반전을 불러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천재가 아니기에 예방할 수도 없고 지식인이 아니기에 해결할 수도 없으며 그저 주어질 상황을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올 한 해를 예측한 사자성어가 ‘각자도생(各自圖生)’임은 찬탄을 금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하다. 어쨌든 항해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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