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처벌 처음 아냐, 국방부 고위인사와 검은 커넥션 의혹도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 최근 연예인 클라라와 성희롱 문자로 구설에 오른 주인공이다. 당시만 해도 이 회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연예기획사 대표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국내 모든 언론에 이 회장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는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의해 사기혐의로 자택에서 체포된 것이다.

경찰 간부후보 29기, 차세대 전투기·한국형 헬기사업 등 참여
‘무기거래 업계 전설’ 조풍언씨가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 돌기도

연예기획사 폴라리스 대표로만 알려졌던 이규태 회장 체포 사건은 이후 언론은 물론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폴라리스 외에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우촌초등학교를 갖고 있는 학교법인 일광학원 그리고 일광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2013년부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경영학 전공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국내 무기거래 1세대
리베이트 조성 의혹

무기중개업과 함께 교육·복지·문화사업을 펼쳐온 이 회장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만큼 발이 넓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을 체포한 정부합동수사단은 일광공영이 터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장비원가 등의 가격을 부풀리고 리베이트를 조성한 의혹을 두고 있다. 또 EWTS가 군 작전 요구 성능기준에 미달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기도입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합수단은 범행을 공모한 공군 예비역 준장 출신인 권모(61·공사24기) 전 SK C&C 상무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합수단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터키 하벨산과 일광공영 간 무기도입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나 문제점, 수상한 자금흐름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 회장과 권 전 상무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터키 측 무기 원가를 부풀려 계약을 중개한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현재 이 회장은 구속된 상태다.

EWTS는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전자방해 훈련장비로 사업비 규모는 약 1300억 원에 달한다.
EWTS 납품업체인 터키 하벨산의 에이전트사로 참여한 일광공영은 2009년 4월 방위사업청이 터키 하벨산사와 수의계약을 맺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에서는 하벨산이 당초 4000만달러 이하의 원가를 제안했지만 일광공영이 장비 원가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최초 제안가보다 3.5배 많은 1억4000만 달러를 방위사업청에 제시, 협상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무기중개상 변신
불곰사업, 800만 달러 빼돌려

이 회장은 1980년 경찰 간부후보 29기로 경찰학교를 수료했다. 일각에서는 스스로 경찰생활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임관 후 얼마 안 돼 뇌물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는 소문이 있다.

이후 무기중개상으로 변신한 이 회장은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 프랑스 측 라팔 전투기 에이전트로 활동했고, 한국형 헬기사업(KHP), 잠수함 사업(KSS-Ⅱ), 대전차 유도무기 사업(METIS-M)에도 참여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회장과 일광공영의 급성장 배경에 대해서는 조풍언씨가 이 회장을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조씨는 무기거래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사건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2차 불곰사업이었다. 불곰사업은 구 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의 원리금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 받는 사업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이 사업과정에서 수십억 원을 빼돌려 형사처벌을 받았다.

러시아제 무기 수입 수수료 약 800만 달러를 회사 수익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교회 기부금으로 우회 송금한 것이 밝혀져 2009년 11월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군 기무사령부의 기밀문건이 일광공영 사무실에서 발견돼 국방부 고위인사와의 ‘검은 커넥션’ 의혹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회장이 ‘국내 무기거래 1세대’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에 비춰보면 국방부 고위인사 등과의 커넥션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 <사진: 뉴시스>

일광학원, 회계
부당운영 적발되기도

국내에서 무기중개업은 흔한 사업분야가 아니다. 또 이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보란 듯이 사업적 성공을 이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일광공영도 ‘그리스도의 빛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일광그룹 본사 건물 외에도 인근의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건물에 비밀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교법인 일광학원은 우촌초등학교와 우촌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촌초등학교는 서울 성북구 성북로4길에 위치하며 6개 학년에 4개 학급씩 총 24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학생수는 총 541명 교직원은 총 68명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지난해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의해 우촌학원이 불법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학교회계를 부당하게 운영한 사실로 적발됐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영어교육 부당 실시, 교과 기준수업시수 미충족, 교육과정 내 종교교육 부당 실시 등과 관련된 학교 관계자 6명에 대해 파면 등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자연학습장 이용을 빙자해 3억 4000만 원 부당 지급 등 9건의 회계비리를 적발해 법인 2명, 학교 5명, 업체대표자 5명 총 1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밖에 우촌초등학교는 지난해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학년도 사립초등학교 학교납입금 현황’ 자료 분석 결과 현재 운영 중인 전국 76개 사립초등학교 중 수업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표된 우촌초등학교 수업료는 1102만 원이었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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