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연출가 정의신이 연출한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The Caucassian Chalk Circle)>이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을 창극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그간 휴머니즘에 강점을 가진 작품을 연출해 온 정의신이 재창작한 창극에 기대감이 큰 것은 당연지사. 또한 그가 그려내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과 창극의 조화가 화제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한 아이를 놓고 벌어지는 두 여인의 양육권 다툼을 그리는 작품이다. ‘백묵의 원’ 또는 ‘하얀 동그라미’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한국에서 연극화되긴 했지만 창극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신은 아이를 버린 생모와 그 아이를 거둬 정성껏 키운 양모의 다툼을 배우들의 가슴 절절한 소리 대결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이 시대 현대인에게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에서 정의신은 원작의 등장인물을 재해석했다. 창극의 전통적인 도창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가수의 역할을 재판관 아츠닥에게 부여했다. 아츠닥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객석과 한층 더 밀접해지는 동시에 극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원작에서는 남자로 묘사되는 이 역을 국립창극단의 대표 여배우 유수정·서정금이 맡은 점도 흥미롭다. 하녀 그루셰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경비병 시몬과의 사랑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여성으로 재탄생한다. 그루셰 역의 조유아, 시몬 역의 최용석은 인턴단원이지만 파격적으로 주역에 발탁됐다.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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