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액자연극~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3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130분의 긴 러닝타임 동안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과도한 발랄함과 상상력이 반복된다. 일본 만화에 빗대면 멋지다 마사루’, ‘이나중 탁구부의 진중한 버전이라 여겨도 될 것 같다. 웹툰 마음의 소리의 강점인 병맛이 연극에 그대로 옮겨졌다고 봐도 괜찮을 듯싶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욕심이 많은 연극이다. 대사가 많은 형식의 작품이지만, 안무와 무술이 쉴 틈 없이 이어지며 라이브 밴드가 배경음악을 들려준다. (연극에서 라이브 밴드를 활용한 경우를 처음 봤다.) 전반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훤히 보이는데 인터미션도 없이 달려간다. 등장인물은 19명으로 이례적인 대규모지만 묻히는 인물 없이 모두가 각자의 비중을 지니고 있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주제, 메시지적인 측면에서도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의욕을 보인다. 장르는 코미디, 액션, 드라마를 모두 담았으며 주제 또한 B급 정서의 매력에서부터 소뿔에 대한 사회적 은유,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까지 다양하다. 정신없는 퓨전극이기 때문에 이 외에도 몇 가지 이상의 해석이 더 가능할 것이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식의 유머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관객 일지라도 극의 시치미와 뚝심에 결국 웃음이 터질 것이다. 독특함으로 무장한 연극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요즘, 이번 작품은 그 시도 부분에서 인정을 받을 만하다. 다른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내가 한번 쯤 해보고 싶던 분위기다. 이 부분만큼은 한 번 따라 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이끌어 냈을 거라고 본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을 더 파헤쳤을 때 나타난 아쉬움은 키치적 느낌을 아주 능숙하게 표현하진 못했다는 것에 있다. 메시지 유무를 떠나 대사가 평범한 편이었다. 가끔 입에 그리고 몸에 착 달라붙지 않은 대사를 연기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연출 역시 극의 코믹함을 견인하는 데 발판이 되진 못했다.
한편으로는 배우 19명의 연기력이 제각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이 전체적인 수준과 호흡을 살짝 떨어뜨리지 않았나, 생각을 해봤다. 복고와 과장이 특성인 이상 웬만큼 연기를 잘하지 않고서야 특별히 티가 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는 조금은 알아채기 수월하다.
 
플롯 등 측면에서는 그 탄탄한 짜임새가 유머코드를 잠식해 버렸다.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에 민감한 대사들, 인물간의 다양한 계급과 관계가 빗어내는 갈등과 과거. 130분 러닝타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장면 전환과 대화가 이어지는데 전개에 있어서 어떤 어설픔이 없다. 탄탄한 뼈대 위의 유머들이 완전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완성도를 어느 정도 배제하고서라도 무게감을 유치함으로 바꿨다면 만화 같은 코믹함은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물론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의 시작은 단지 기막히게 웃긴 코미디를 만드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몇 개의 장르를 섭렵하고 몇 개의 주제를 아우르는 퓨전극 이었을거다.
과거 고 신해철의 새 앨범을 두고 한 평론가가 앨범에 일관성이 없고 수록곡을 무슨 슈퍼마켓처럼 이것저것 집어넣었다는 내용으로 비판 한 적이 있다. 이에 신해철은 라디오를 통해 내가 시도하려고 했던 바가 그거다. 칭찬으로 들린다. 홍보로 써먹어도 되겠나는 내용으로 답했다. 서로 다른 장르가 섞인 것을 달가워하지 않은 시선에 대응하는 그 다운 방법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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