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설 연휴를 보내고 며칠 안 된 지난 2월 25일 전국 시도 당에 긴급 공문을 내려 보냈다. 입당원서 및 당비 정기납부 신청서의 신속처리에 관한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일부 시도 당이 입당원서와 당비정기납부 신청서의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관한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라는 사무총장 명의의 공문서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분명했다.

“당비를 낸다는데도 지지자 가입을 봉쇄” 당하고 있는 정치 신인들의 분통이 반영된 사안임에 확실했다. 기득권층의 자리 지키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나, 전국 각지에서 빚어지고 있는 당원 가입 막기 현상은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하는 까닭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작년 대표 취임 이전부터 “권력자에게 충성해서 공천을 받는 정치 현실을 뜯어 고치겠다”며 지도부의 공천권을 내려놓기 위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공언해 온 터다. 이 제도가 보장되기만 하면 우리 정치의 폐단인 ‘밀실공천’의 폐해는 거의 사라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명분은 틀림없이 그러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가 않다는 우려가 지금 실제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한 당일 투표율이 턱없이 적을 경우 대표성을 떨어뜨리는 민심왜곡 위험이 크다. 무슨 수로도 정치 신인이 기존 정치인들의 현역 프리미엄을 넘어서기 힘든 판에 지지자들의 당원 가입부터 봉쇄당하는 ‘진입장벽’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역의원의 월등한 조직 동원력에 이 같은 진입장벽현상이 높아지면 아예 정치 신인들은 정치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여야 없이 전국 각 지역의 정치 환경은 시작부터 오염되고 있다. 돈 문제에서도 현역의원은 후원금 모금을 할 수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신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현 ‘오픈프라이머리’가 완전한 공천개혁안이 될 수 없다. 일부 현역의원은 경쟁자 측 당원의 복당을 막기 위해 ‘당원 자격심사위원회’에 무고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권력 향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목숨 거는 현역의원들의 발버둥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 공천 개혁의 핵심이란 사실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서는 어떤 공천혁명 방안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변혁의 시작은 현역의원 지역위원장에 대한 왜곡되지 않은 객관적인 평가와 옳은 교체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힘의 논리를 배제할 수 없는 반쪽짜리 오픈프라이머리 개선안은 오히려 개악이 돼 깊은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의 도입을 골자로 지역구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이 지역구 숫자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이는 것은 세계적 추이이기도 하다. 지역 대표성 보다 직능 대표성의 강화가 세계적 추세에 맞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이런 개정 의견을 다뤄야 할 국회가 이를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가뜩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선거구를 재확정 할 수밖에 없는 마당에 지역구마저 줄게 되면 밥그릇 달아나는 의원들 수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건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대목에서는 역시 아주 철저하다는 점이다.

즉 후원금 모금 한도를 올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 허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야 대한민국 국회답지 않겠나.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