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원조교제 사장은 아내 몰래 딴 살림

기업마다 문화가 다양하다. A그룹의 기업문화는 특이하다. A그룹에선 아랫도리, 이른바 사생활 문제에는 관대하다. 하지만 개인비리에 대해선 단호하다. 일본 기업문화와 유사하다. 이 같은 기업문화가 A그룹에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창업주인 B씨의 ‘애정사’에서 비롯됐다. 과거 B회장은 미성년자와 원조교제로 물의를 빚은바 있다. 이런 기업문화 때문인지 A그룹은 CEO인 C사장의 불륜에 대해 모르는 척 눈감고 있다. 최근 검찰이 A그룹 내부비리가 담긴 문건을 입수해 내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A그룹 전 간부가 작성한 것으로 내부비리를 비롯해 C사장의 불륜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일요서울]은 문건의 내용 속에 담긴 C사장과 D(내연녀)씨와의 관계를 추적해 봤다.

A그룹의 C사장은 전문 경영인이다. B회장의 각별한 총애를 받으며, 기업의 모든 경영을 총괄하시다시피 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C사장은 D씨와 오랫동안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D씨는 A그룹의 협력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임원 인사를 비롯해 기업 내에서 사장 못지않은 파워를 가지고 온갖 전행을 일삼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내부에서 D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A그룹에선 ‘C사장의 내연녀’ D씨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A그룹 관계자는 “그런 식의 전횡을 일삼는 인물은 있을 수도 없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A그룹의 계열사인 F사 관계자들은 D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D씨의 이름과 그가 C사장과 내연의 관계라는 것은 소수만 알뿐 나머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소수의 관계자만 알고 있는 내용을 들어보면 문건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문건에 따르면 C사장과 D씨의 관계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협력업체 대표와 담당임원으로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C사장이 본부장 시절 D씨는 가구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대표였다. 두 사람 밀월관계를 한참 즐기던 시기 C사장의 부인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아예 살림을 차려 거의 동거하다시피 했다는 것.

D씨의 전횡은 C씨가 사장이 되면서부터 본격화 됐다. C사장은 계열사 CEO를 거쳐 지난 2007년 A그룹 실세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D씨 절대권력 휘둘러

문건에 따르면 D씨는 식품업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00식품, 0&0사 등 2개의 법인을 운영하면서 A그룹에 독점 납품하고 있다. 특히 D씨는 A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업체에 식품납품을 독점해 연간 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D씨의 납품비리에 그녀의 친인척들도 개입됐다. D씨는 서울지역에 납품하고, 언니와 조카, 그리고 올케까지 회사를 설립해 수도권과 영남권에 납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친인척들은 년40억 원을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A그룹 내부의 불만은 D씨가 식품납품을 독점해서가 아니다. 그가 마치 A그룹 총수인 것 처럼 행세하고 다니며 전횡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A그룹 직원들에 따르면, D씨는 A그룹 고위 간부인사에도 개입하고 있다. D씨의 눈 밖에 나는 직원들은 오래가지 못해 회사를 떠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한 간부는 D씨의 전횡을 문제 삼다가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하고 얼마 후 사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회사를 떠난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A사장의 내연녀라고 우습게 보다 목이 날아간 것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다. 하지만 정면에 대놓고 말을 못하고 있다. 잘못하면 목이 날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A그룹 내부 비리문건은 이렇게 목이 날아간 인사들이 작성한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비자금조성 의혹 까지

A그룹 한 관계자는 “D씨가 회사에 나타나면 전 직원이 회장님이 오신 듯이 맞이한다”며 “직원들 뿐 아니라 간부들도 D씨에 잘 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 관계자는 “고위 간부들 중에 D씨의 전횡을 문제 삼은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간부들은 대부분 D씨에 의해 인사 불이익을 받거나 퇴사해야 했다”며 “내가 듣기로 윗분들도 D씨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그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D씨가 어떤 인물인지조차 모르는 일”이라며 “D씨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로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못 봤다. 다른 라인에 알아봐도 D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D씨에 대한 문제는 본사(A그룹)쪽에서도 잘 알고 있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이들 중 몇몇이 부당함을 본사에 호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본사에선 그 호소를 무시했다. 이에 불이익 당사자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사장은 D씨의 이런 전횡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자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C사장은 D씨에 특혜를 주고 거액의 수익을 벌어들이게 한 뒤 그 수입의 일부를 자신의 비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로비자금으로 D씨의 돈이 많이 동원되는 것으로 문건은 전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A그룹에서도 알고 있다고 한다. 이에 D씨가 A그룹 인사에 간섭해도 총수일가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A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스캔들에 관대한 A그룹

문건은 C사장의 도덕성도 지적하고 있다. C사장의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해 몇 년째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사장은 이런 아내를 외면하고 자신의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인 곳에 내연녀와 둥지를 튼 것으로 전해졌다.

A그룹은 다른 기업에 비해 애정문제에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기업의 경우 내부인사가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사직서를 받는 등 중징계를 내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A그룹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스캔들 사실을 서로 쉬쉬하면서 숨겨주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총수의 ‘독특한 마인드’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 한다. 총수는 회사에 스캔들이 발생하면 이를 크게 문제 삼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개인의 사생활이니 만큼 이를 업무와 연관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B회장은 젊은 시절 원조교제 파문을 일으켰고, 불과 몇 년전에도 10대 소녀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B회장의 아들 역시 여자문제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여러 번 오르내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원들의 여직원 성추행 등 사건이 발생해도 조용히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수년 전에는 이 회사의 한 여직원이 자신이 성추행 당한 사실을 인터넷에 올렸지만 오히려 여직원만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성추행을 저지른 해당 임원은 가벼운 징계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C사장의 애정행각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D씨로 인해 부당하게 퇴직한 A그룹 간부들이 회사고위층에 이 문제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퇴사자들이 D씨를 문제 삼을 것이라 예상한 C사장은 미리 윗선에 인사조치의 정당함을 보고해 연막을 쳤기 때문이다.


검찰 C사장에 대해 비밀내사

검찰은 문건을 중심으로 C사장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 C사장의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설에 주목하고 있다. A그룹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검찰은 대형 건설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정치권 로비를 했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A사에 대한 내용을 면밀히 파악한 결과 문건이 내용은 상당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조사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또 문건이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로 이뤄진 게 아니라 개인의 복수심으로 작성된 만큼 다소 주관적인 부분이 많다. 일단 부분적으로 확인되는 결과물을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건에 따라 내사를 벌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문건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A그룹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몰려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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