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대회 못나가게 하겠다” 협박 성폭행
서울의 한 사립대학 무용과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지도교수가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S대 무용과 겸임강사 A(38)씨는 지난해 8월 이 학과 3학년 B(20)씨에게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모텔에서 성폭행했다. A씨는 같은 해 4월부터 7월까지 같은 과 4학년 C(21)씨에게도 “말을 듣지 않으면 무용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협박해 수차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지난해 9월 B씨가 A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학내에 알려졌다. 검찰은 올해 7월에 A씨를 강간, 강간미수, 피감독자 간음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의해 A씨가 기소될 때까지 학교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학교의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조사위원회를 전혀 열지 않았다. 때문에 학교가 나서서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S대 교무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교무처장도 무용과 교수이다.
지난해 사건이 발생한 뒤, A씨의 학창시절 은사였던 D교수가 나서서 A씨가 강단을 떠나는 선에서 사건을 처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D교수는 국내 무용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성폭행 사건이후 B씨와 C씨는 상당한 외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D교수의 제자들이 B씨 가족을 찾아와 고소 취하와 합의를 요구했다. 결국, 피해자인 B씨와 C씨는 고소 1년여 만인 올해 9월 11일과 10월 12일 각각 A씨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서울 동부지법은 공소를 기각했다. 성폭행 범죄가 친고죄이기 때문에 고소를 취소하면 사건이 종결된다. S대 무용과 강사의 제자 성폭행 사건은 이걸로 끝을 맺었다.
무용계의 한 관계자는 “무용계는 학맥과 인맥이 중요하다. B씨와 C씨가 고소 취하와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 무용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B씨와 C씨가 무용계에서 무용수로 성장하는데 많은 제약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대학 내부나 예술계에선 성폭행사건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건화가 돼서 뉴스에 오른 적은 별로 없다. 당사자 간에 쉬쉬하며 감추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가 터질 경우 학맥과 인맥으로 형성된 라인에서 배제될 경우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성폭행 사건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위논문에서부터 교수채용까지 온갖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파렴치한 교수들은 학위를 미끼로 성을 요구하거나, 교수 채용하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은 대학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사회가 학맥과 인맥으로 형성되어 있어 문제가 불거질 경우 집단 따돌림을 비롯해 퇴출되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들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악용해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는 교수들을 퇴출시켜야만 대학사회가 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문제는 학교 측의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성폭행 사건 발생하면 의혹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는 것. 이런 학교의 사후 대책 때문에 학교내부 성폭행 사건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학교 정관에 들어있는 ‘성폭력에 대한 규정’ 에 따라 교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가해자를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내 성폭력이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