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재인 새정치연합 새 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대표 당선 후 국립묘지 참배를 수순으로 빈번하게 광주를 찾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만나 설전을 벌이고 다니는 모습이 매우 전투적이다. 그런데 언론의 조명과는 달리 정치권의 반응은 통 시원치가 않다.

문재인이 대권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라 자신의 함량 미달을 증명하러 다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야권마저 문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벌이는 여러 가지 이벤트에 대한 손익 계산서를 뽑으면 형편없는 손해일 것이라는 평가다. 마음에 없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서는 쓸데없이 가해자, 피해자 운운하는 바람에 쪽박까지 깨버렸다는 지적이다.

호남 민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뻔질나게 광주를 들락거렸으나 ‘친노’에 치우친 편파인사 하나로 천정배 전 장관에게 본거지 안방을 내줘야 할 위기에까지 처했다. 다른 세 곳의 보궐선거 판도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이렇게 된 명백한 이유가 전통의 야당 인사들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는 그를 믿지 못해 떠나는 배경에 있다고 본다. 문 대표가 이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무능하다는 표현 말고 달리 할 말이 없어 보인다.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중동순방 외교성과에 대한 의례적인 치하 한마디 할 줄 모르고 곧장 무슨 소감문 발표하듯 준비해온 메모를 읽어나가는 처신이 모두의 눈에 대통령과 맞수의 지도자 모습으로 비춰졌을 리 없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봐서 새정치연합의 4.29 보궐선거 승산은 지금상태로는 거의 없어 보이고, 그렇게 되면 선거 패배에 대한 강한 책임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싸움의 끝은 우려하는 대로 보따리 싸고 헤어지는 분당의 몰골로 나타나 문재인이 ‘친노’를 망쳤느냐, 친노가 문재인을 ‘폐족’으로 만들었느냐의 시비가 분분해질 것이란 예측이 강하다. 지금 야권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공학의 산술적 깊이가 낙제점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권 일각이 지난번 문재인 대표의 홍준표 경남지사와 맞짱 토론에서 홍 지사의 체급만 키워줬다고 비난하는 자체가 형편없는 넌센스다.

우선 정치 관록만 봐도 홍준표 지사는 4선 의원을 지냈고 제1당 대표까지 지냈으며 도지사도 벌써 두 번째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문재인 의원은 초선의 당 대표에 불과하다. 이런 체급 차이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감성적으로 담판을 벌였으니 ‘대안 없이 왜 왔느냐’는 굴욕적인 핀잔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특히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49%가 ‘잘한 일’, 37%가 ‘잘못한 일’, 15%가 평가를 유보한 사안임을 산술에 넣었어야 했다. 아마 석 달 연속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20%대의 선두를 지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에 고무된 헛발질이 아니었겠나 싶다. 아직은 눈에 띄는 새로운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직전 대선에 과반수 육박한 득표율을 올린 제1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감 당대표 지지율이 20%대라면 불행하게도 ‘문재인 대세론’은 길게 갈 여망은 없어 보인다.

새정연을 갈아엎고 새롭게 야권을 재편시켜야 한다는 바닥 민심이 마땅한 폭발지점을 찾아 거칠게 꿈틀거리기 시작한 현상을 ‘친노’세력이든 ‘비노’세력이든 간에 통찰해야 할 현재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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