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게임 등 급속 유입…종속 우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차이나머니가 제조업을 넘어 부동산, 금융, 게임 등 산업계 전반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차이나머니의 한국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 금액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5년 새 300배가 늘었다. 중국관광객 요우커는 내수소비의 주축으로 올랐다. 이 같은 차이나머니의 유입은 국내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자본에 의한 한국경제 잠식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게임시장은 빠른 속도로 차이나머니에 잠식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차이나머니 유입의 명암을 살펴봤다.

내수소비 주축 된 요우커…그늘도 많아
기술·마케팅 및 금융 충격 대비책 전무

이제 국내에서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를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제주도, 서울 명동을 비롯해 한국 관광명소를 찾아오는 요우커들의 수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쓰고 간 돈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총 지출한 액수의 49%를 차지한다. ‘쓸어담기식 쇼핑’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만큼 내수소비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같은 차이나머니는 요우커들의 쇼핑에서 지출되는 돈 외에도 여러 곳에서 유입되고 있다. 관광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본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흔해진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 5년 사이 중국인이 취득한 부동산 금액이 300배가 늘었다. 제주도만 살펴봐도 4년 사이 중국인이 취득한 제주도 토지 면적은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제주도의 외국인 토지매입의 90%는 중국자본이다.

또 현재 제주도에서 개발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대규모 개발 사업 중 중국자본이 들어와 있는 것은 10여개에 달한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인천, 강원도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중국자본 속도도 가속이 붙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상장 채권은 15조6만9990억 원이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최근 중국은 과거 단순히 증권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를 넘어서 우리나라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례로 대만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3월 동양증권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총 자산 7000억 위안의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동양생명 지분 57.5%를 1조1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서명했다. 이후 지난 3월 25일에는 동양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의류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M&A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 최장수 유아복 브랜드 아가방은 지난해 중국 의류업체 랑즈(朗姿)그룹에 인수됐다.

또 유아복 브랜드 ‘블루독’과 ‘밍크뮤’를 보유한 서양네트웍스도 홍콩 기업 리앤펑(Li & Fung)에 팔렸다.

인터넷, 게임 분야도 마찬가지다. 텐센트 같은 중국 대표 IT기업들은 카카오, CJ게임즈 등 국내 기업 지분을 상당수 확보해놓은 상태다.

텐센트는 현재 국내 다음카카오와 넷마블, 파티게임즈, 등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또 하나은행, 다날, 갤럭시아컴즈 등과 제휴를 맺고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방송콘텐츠 시장에서 차이나머니가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과거 드라마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한류작품을 수입해가는 것을 넘어서 인력을 데려가거나, 아예 한국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고 있다.

손 놓다 제2쌍용차 반복?

이처럼 중국 자본이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최근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비책이 전무한 수준인 것이다.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고급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만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앞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후 약속했던 설비 증설,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은 바 있다.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의 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 배경이다.

이 밖에도 IT기업 투자를 통해서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뺏길 수 있고,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이 1대 주주 자리에 오른 후 막무가내로 중국식 경영을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 유입된 중국자본이 한국 산업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게임업계는 이미 중국 게임업체에 의한 잠식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임산업을 유해산업, 중독물로 바라보는 시선 탓에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손을 벌리다 오히려 시장을 잠식당했다.

실제로 2007년 중국에 비해 10.2% 앞서나가던 한국 온라인게임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8년 역전된 뒤 해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매출액에서도 차이가 커졌다. 2007년 한국이 8억6900만 달러 앞서 있었으나, 2008년 이후로는 중국보다 32억500만 달러가량 뒤져 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 경제 리스크가 일어날 경우 중국계 자금 이탈 등으로 우리도 금융 충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투자금을 단숨에 거둬들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탈은 결국 국내 금융, 실물 분야로 점차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중국 자본이 투기 목적으로 대규모 토지를 헐값으로 사들인 후 가격이 급등할 때 팔아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허가가 마무리된 드림타워와 건축 허가를 앞둔 신화역사공원 사업 등 중국 자본이 투자된 개발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은 “기술력 있는 업체가 쉽사리 차이나머니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국가적,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주요 산업 분야에서 원천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한다”는 지적한다.

반면 선별적인 차이나머니 유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돼 지나친 제한을 가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외국 자본의 유입이 필요한 업종을 선정해 전략적인 중국 자본 유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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