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참여정부 탄생과 열린우리당 원내 1당 등극의 일등공신인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기대에 비해 실망감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역내 현안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지역 주요언론사 5곳의 정치부장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 지지도 추이, 한나라당의 서진정책에 대한 호남민심의 흐름을 짚어봤다. 호남민심이 동요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호남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 지역 민심은 그 동안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심리’로 양분됐다. 그러나 두 당 모두 호남민심을 얻는데 부족하다는 평이다.

등돌린 민심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서진정책이 통할 수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다른 어느 때보다 호남민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해석이다. 실제 호남민심은 2002년 대선, 4·15 총선 때와는 다르다는 게 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광주타임스 오치남 정치부장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사라졌다고 본다”며 “옮겨갈 대안세력이 없어 아직 밑바닥까지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4·15총선 당시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비관적”이라고 내다봤다. 호남매일 김병우 정치부장은 “4·15 선거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도지사 선거에서 지역민심이 동요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기대가 많으면 실망도 큰 것처럼 많은 지지를 줬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노 대통령에 대해 기대가 컸지만 지역발전에 대한 많은 대안제시에도 불구,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지역발전에 대해 여당이 제시를 해도 이제는 믿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이며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역 민심이 한순간에 이반할 가능성도 있어 한나라당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일보 박병모 정치부장도 “전남지사 선거이후 민심이 많이 변하고 있다”며 “기대를 갖고 뽑아준 지역 국회의원들이 함량 미달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현재 지역불균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며 “열린우리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민심이반이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일보 조상진 정치부장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실망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방사능처리장, 동계올림픽, 새만금사업 등 전북의 굵직한 현안사업들이 정체돼 있는 것에 대해 지역민들이 너무 몰아주고 해봐야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 않느냐는 식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새전북신문 심회무 정치부장도 “지역민들이 국민의 정부 때보다 더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새만금 사업의 찬반논란 등 지역정책문제, 인사정책의 불균형 등 현정부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지금은 노 대통령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서진정책 성공여부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민심이반 현상이 한나라당으로 향할 수 있을까? 이 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대체적으로 ‘아직은’이란 의문부호를 던졌다. 그러나 서진정책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경우 지역민심이 호의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광주타임스 오치남 부장은 “한나라당의 ‘서진정책’ 시동이후 확 달라진 민심 변화는 일고 있지 않다”면서 “이는 한나라당(이른바 영남당)에 대한 호남민의 반감이 너무 큰데다 ‘정치적인 쇼’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 부장은 그러나 “한나라당의 서진정책이 계속될 경우, 특히 예산 배정 등에서 가시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변화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통 지지세력인 민주당의 몰락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배신감,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역 민심이 빠르게 이동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오 부장은 또 “한나라당의 서진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가식적인 행동보다는 지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예산 배정 홀대 배척, 호남사람에 대한 반감 완전 척결)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매일 김병우 부장은 “찬반양론이 공존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비록 정치적인 요소가 고려됐다 할지라도 한나라당이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문제는 한나라당의 정책이 일회성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때는 과거와 마찬가지가 되겠지만, 결실이 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부장은 또 “정작 한나라당이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지역 내에서 한나라당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유명무실해 젊고 참신한 인재를 등용하고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일보 박병모 부장은 “아직 지역 정서가 한나라당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장은 “서진정책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앞으로 선거를 통해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이 지역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틈바구니가 있어 한나라당이 서진정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일보 조상진 부장도 “아직은 구애에만 그치고 있는 것 같다”며 “금방 지역민심이 호의적으로 돌아설 분위기는 아니지만 자주하다보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조 부장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지역의 반한나라당 정서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측면도 많다”고 지적한 뒤 “이제는 3김시대처럼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던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희석돼 한나라당이 지역을 껴안기 위한 성의있는 노력을 계속하고 지역정책개발과 좋은 인물을 발굴해낸다면 과거와 달리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새전북신문 심회무 부장은 부정적으로 보았다. 심 부장은 “한나라당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역을 한 번 찾아와서 연극하고 순방하고 가는 것은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는 민심이 많다”며 “한나라당이 근본적인 치유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부장은 또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기반을 내릴 가능성은 있지만 인물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비판적인 민심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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