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5대 금융악’과의 전쟁 선포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융당국이 일명 ‘5대 금융악을 규정하고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보이스피싱으로 대표되는 금융사기 등 각종 불법 금융행위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날로 늘어만 가는 금융범죄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초기 간과했던 보이스피싱이 골칫덩어리로 부상
대출·보험사기도 증가불법 채권추심은 감소

피싱(Phishing)을 이용한 범죄가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는 창조금융사기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피싱 사기는 주로 친인척 등의 납치를 가장하거나 공권력을 두루뭉술하게 사칭하는 데 그쳤다.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계좌번호 노출과 보안카드 유출을 유도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피싱 유형은 알려진 금융기관과 유명인 등을 콕 집어서 사칭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일부 개인정보를 미리 보유한 후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근래에는 금융소비자들의 인기를 끈 안심전환대출 예약을 받아주겠다는 트렌디한 사기수법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피싱을 단속하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위장한 사례도 증가했다. 금감원 이동수 과장과 금감원 박선영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및 스미싱이 대표적이다. 금감원 측은 실제 금감원은 절대 특정 전화번호로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거나 예금을 송금하라고 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중 일부는 통화 후 특정 기관과 성명을 조작한 신분증을 가지고 피해자의 자택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피해자와 은행까지 동반해 본인 계좌에서 직접 금액을 인출한 것을 가로채는 것이 특징이다. 추가적으로 같은 피해자의 타행 계좌에 여유자금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연속 사기를 저지르기도 했다.

가짜 직원신분증으로
은행 동반해 인출

이에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불법 사금융·불법 채권추심·꺾기·보험사기 등을 5대 금융악으로 선정하고 특단 조치에 들어간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5대 금융악 척결 의지를 천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5대 금융악은 서민 등 취약계층에게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금융폐해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등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행위 보험사기 등을 지칭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피싱과 같은 형태의 금융사기는 지난해 36000건으로 총 2165억 원의 피해를 유발했다. 이는 전년 대비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피해액은 20121154억 원, 20131365억 원 등 해마다 증가세다.

대출사기 역시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에 접수된 대출사기 관련 민원은 지난해 33410건으로 201222537, 201332567건에 비해 올라갔다. 금융사기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대포통장 수도 지난해 45000건으로 201338437건보다 증가했다.

다행히 불법 사금융 피해는 다소 감소세다. 법정이자를 뛰어넘는 고금리대출 등 불법 사금융 관련 민원은 지난해 11334건으로 201218237, 201317256건에 비해 내려갔다. 그러나 유사수신 행위는 여전히 줄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능화·다양화된 수법
피해규모 커져

또 불법 채권추심 민원은 지난해 1860건으로 20122665, 20133469건에 비해 증가 후 감소 추세다. 다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채권추심은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대부분은 홍보물 또는 법적절차 허위 안내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안겨주는 경우로 집계됐다. 역시 은행보다는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정보회사,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의 과도한 독촉이 주를 이뤘다.

꺾기의 경우에도 불법 사금융·채권추심 등과 더불어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금감원에서는 신규대출 1개월 경과 이후 예금 가입을 강요하거나 같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를 통한 우회적 꺾기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기의 경우에는 증가세를 보였다. 금감원이 파악한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적발되지 않은 건수와 금액을 합하면 4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 중이다.

특히 보험사기는 수법이 지능화되고 다양화되면서 연루자 확산 및 강력범죄와의 연계 등이 심상찮다는 분석이다. 이에 조직적 보험사기도 증가 양상을 띠면서 이에 대한 강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5대 금융악 척결을 위해 금감원은 서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 대책단을 구성한다. 또 피해자들이 빠르고 쉽게 신고할 수 있는 관련 신문고도 설치해 운영한다. 더불어 금감원과 경찰청 간 핫라인도 재정비해 신속하고 긴밀한 대응에 들어간다.

서 수석부원장은 금감원 이동수 과장을 사칭한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당국에 대한 권위를 손상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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