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투신운용 손실에 아직도 늑장 대응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ING생명이 옛 계열사였던 맥쿼리투자신탁운용(ING자산운용)과의 거래를 이어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자사 변액보험 자산의 절반가량을 위탁한 운용사의 채권 파킹거래가 적발됐음에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ING생명 가입 고객들은 이 같은 ING생명의 안일한 태도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채권 파킹거래 적발 후에도 거래 이어가
타 연기금과 기관은 이미 거래 끊어소송 준비도

발단은 ING생명이 변액보험 자산을 위탁한 맥쿼리투신운용의 모럴해저드에서 비롯됐다. 이 맥쿼리투신운용이 일부 증권사 7곳과 결탁해 채권 파킹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지난해다.

채권 파킹거래는 매수인인 운용사와 중개인인 증권사 간에 이뤄지는 일종의 변칙거래다. 운용사가 사들인 채권을 곧바로 편입하지 않고 증권사에 위탁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결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채권 파킹을 하면 금리 변동에 따라 추가 수익과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맥쿼리투신운용의 경우 파킹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부수입을 챙겼고 하락하면 손실을 증권사나 투자일임재산에 떠넘겼다.

결과적으로 운용사에 자금을 맡긴 고객사는 이러한 손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맥쿼리투신운용의 주요 고객사는 ING생명과 국민연금 등이다.

특히 ING생명이 맥쿼리투신운용에 위탁한 자산은 총 2조 원이 넘는다. ING생명이 보유한 전체 변액보험 자산의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변칙거래 규모
4600억 원 달해

그렇다면 ING생명은 왜 맥쿼리투신운용에 이렇게 많은 자금운용을 위탁했을까. 답은 현 맥쿼리투신운용이 옛 ING자산운용이기 때문이다.

앞서 호주 맥쿼리그룹은 2013년 말 ING자산운용을 자회사로 인수해 맥쿼리투신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역시 맥쿼리그룹의 자회사인 맥쿼리자산운용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ING자산운용이라고 해서 원래 ING그룹의 뿌리에 속했던 것은 아니다. 전신은 국민은행 자회사인 국은투신운용으로 2002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시 모건스탠리에 매각됐다. 이후 랜드마크투신운용으로 이름을 바꿔 외국계 투신사의 길을 걷다가 2007ING그룹에 팔린 것이다.

이러한 맥쿼리투신운용의 채권 파킹거래 사태 여파는 컸다. 금융감독원은 맥쿼리투신운용의 채권 파킹거래가 최대 46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사실을 올해 초 모두 밝혀냈다. 이 중 투자일임재산에 전가한 손실은 113억 원에 이르렀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초 3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해당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관련 임직원에게는 면직 요구와 직무정지 3개월 등 제재를 확정했다. 12년 넘게 대표직에 있었던 최홍 대표는 채권 파킹거래의 책임을 지고 이미 지난해 말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옛 계열사였던
정 때문에?

더불어 고객사였던 연기금과 기관들은 재빨리 자금 회수에 나섰다. 맥쿼리투신운용뿐 아니라 관계된 증권사 7곳과도 거래를 중지하는 등 단호한 모습이었다.

맥쿼리투신운용이 운용 중이던 주식형펀드 역시 환매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맥쿼리투신운용 주식형펀드의 등급은 지난해 A+에서 A로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는 다시 B+로 깎였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도 ING생명은 맥쿼리투신운용에 위탁한 자금을 조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특히 ING생명은 최근 위탁 운용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타 운용사들과 새로 관계를 맺고 끊은 터다. 그러나 맥쿼리투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는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위탁 운용사를 상시 평가한다. 여기에는 수익률 등 수치와 더불어 운용사와 관련한 제반 항목들이 상세하게 포함된다. 이미 금융당국의 제재가 내려진 상황이라면 분명 마이너스 요소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는 옛 계열사였던 이유만으로 사태를 덮고 넘어가기에는 피해가 다소 크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ING생명을 믿고 변액보험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들의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ING생명의 손실은 해당 보험사 고객들의 손실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운용사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ING생명의 모호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금융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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