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아버지의 사랑을 중심으로 효, 가족의 의미 등에 대해 신파적 판타지로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소위 ‘불효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과거에 지급한 양육비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위와 같은 아버지의 특별한 조치는 많은 부모의 자녀들에 대한 서운함과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왔다. 드라마에서 ‘불효소송’은 가족애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족 간의 소송’은 가족의 해체를 각오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아니 ‘소송’이 있다면 이미 그 가족은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속제도는 부모가 희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녀를 상대로 기여분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어 그 보완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배우자 상속분은 자녀의 상속분에 50%만 가산한 지분이다. ‘자녀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으니 된 것 아닌가’라는 주장도 있지만, 따져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배우자가 사별하지 않고 이혼할 경우 혼인 기간이 예외적으로 짧지 않은 이상 재산분할 비율은 50%이니, 아픈 배우자와 이혼하는 것이 생존 배우자로서는 훨씬 이득이다.

특히나 위 상속지분이 문제 되는 이유는 대다수 부모의 상속재산이 ‘집’이고, 이는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더라도 생존 배우자의 ‘주거’라는 점에서 나눌 수 있는 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존 배우자는 사별도 서러운데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자녀들이 상속재산의 분할을 요구하지 않을 정도로 ‘개념’이 있어야 하고, 자녀 중에 당장 돈이 급한 자영업자나 환자가 없어야 하니, 요즘 같은 세상에 복불복 아닌가.

2년 후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별한 배우자의 주거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영국 등은 배우자의 상속분이 유산의 2분의 1이고, 이에 더해 혼인주택도 상속할 수 있어 시사점이 크다.

한국가족법학회의 한 교수는 “최근 우리 판례도 상속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를 과거보다 더 많이 인정해 주어 고무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배우자의 정당한 상속권과 주거복지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배우자 상속권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큰 아들 강재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재산을 돌아가시기 전에 미리 주시면 아버지 노후는 제가 끝까지 책임질게요.”라고 말한다.

돌아가시지도 않은 아버지에게 상속재산 미리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우리 세대는 너무 앞서가고 있다. 그런 세대에게 오로지 선의로만 사별한 부모의 주거를 보장해 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별한 부모에게 기여분 소송을 제기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못할 일이니, 조속한 입법만이 가족 간 소송을 예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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