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사랑하라 저항하라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오는 6월 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퀴어문화축제 중간에 일부 기독교 단체들과 보수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행진을 막으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들의 해방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비도덕적인 행사로 남을지 날선 주장이 오고 가는 가운데 앞으로의 퀴어문화축제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최 측은 6월 9일 서울광장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메인 행사인 퍼레이드는 6월 13일, 퀴어영화제는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고 밝혔다.

성 소수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들어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성 소수자들의 인권과 이들을 보는 사회 시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이들이 매년 여는 소위 ‘퀴어(Queer) 축제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퀴어는 ‘이상한’ ‘괴상한’ 등의 뜻도 있고 동성애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부터 매년 6월에 성소수자들의 퀴어 축제가 열려왔는데 매년 개최 장소 선정에서부터 주변의 반대 등으로 홍역을 앓아왔다. 올해는 서울광장을 비롯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에서 열린다. 축제에 반대하는 우파단체와 보수 종교인들이 맞불집회를 벌이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성 소수자들의 퀴어 축제 허용 여부를 둘러싼 찬반양론의 의견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성 소수자들도 엄연한 국민이며 그들 간의 모임과 축제를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적인 권리라고 주장한다.

국제적으로도 성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자신들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며 생활하는 것이 추세인데 아직 국내에서는 유독 이런 부분에 대해 보수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축제의 반대에 대해 누리꾼들은 “동성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처사”라고 항의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동성애에 대한 개인의 찬반을 떠나 축제 개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편견을 강화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함께 즐기고자 하는 축제조차 막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성 소수자들을 비난하거나 욕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비정상적인 성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며 거리에서 공공연히 이런 축제를 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동성애는 비윤리적이고 비정상적인 성문화”, “퀴어문화축제라는 서구의 잘못된 문화를 따라가면 안 된다”,

“동성애로 에이즈가 확산될 수 있다. 아이 교육상 좋지 않다”, “혐오스러운 행사는 취소시켜라” 등의 내용이 담긴 말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성 소수자 내지는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우선 동성애를 단순한 개인의 선호 내지 선택 차원에서 볼 것인지, 병리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인지 문제부터 따져봐야 한다. 호기심에 따른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동성애자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적 취향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어쨌든 신체적성과 심리적 성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자의와 관계없이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들 역시 엄연한 시민이며 너무도 당연히 기본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혼과 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예컨대 입양이나 상속, 피부양자 개념 등에서도 이성 배우자와 똑같이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백안시돼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취급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동성애자들만의 행사를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불특정다수가 지켜보는 대로에서 공공연히 동성애를 정당시하는 것과 같은 행사를 여는 것은 별개 문제다. 공공장소에서의 행위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퀴어축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퀴어축제 자체야 아무도 말릴 수 없지만 공공연한 대로변에서의 행사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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