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교환 하실 분 100만원 드려요”

다시 찾아간 조건만남 사이트는 차단되어 있었지만 새로운 도메인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이어린 여성이 경제력 있는 남성과 잠자리를 갖고 돈을 받는 이른바 ‘원조교제’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일정한 상대와 비교적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원조교제와 달리 1회성의 짧은 만남 뒤 즉석에서 대가를 지불받는 이른바 ‘조건만남’이 일부 여성들 사이에 짭짤한 아르바이트로 번지고 있다.

1시간에 10~15만원을 화대로 받는 여성들은 손쉽게 용돈을 벌 수 있고 남성들은 업소여성과 다른 풋풋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열광한다. 최근 이 같은 조건만남을 대행해주는 전문 사이트까지 등장, ‘온라인 포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 같은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이 그룹 성교나 스와핑 등 변태적인 욕구를 적나라하게 내세워 조건만남을 성사시킨다는 점이다. 더구나 성인 인증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문제의 사이트는 청소년에게 고스란히 노출 돼 또 다른 범죄를 부른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변태적 욕구로 가득 찬 조건만남 사이트의 요지경 풍속을 밀착 취재했다.

보도방과 달리 조건만남은 주로 개인과 개인의 직거래로 이루어진다. 불법 성매매 단속에 걸려도 당사자가 ‘애인사이’라 우기면 처벌도 어렵다. 단속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조건만남 아르바이트는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하며 새로운 유흥사업으로 탈바꿈했다.


‘평생VIP’ 회비 10만원

지난해 8월 문을 열어 현재까지 운영중인 N사이트는 수차례 불법 사이트로 당국에 적발 돼 접근이 차단됐다. 하지만 새로운 도메인을 구입, 접속 경로를 바꾸는 수법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회원 수는 4000여 명. 여성은 실명 확인을 통해 곧바로 정회원으로 등록, 활동할 수 있고 남성은 일정금액의 ‘회비’를 결제해야 정상적인 사이트 이용이 가능하다.

1개월과 6개월, 1년 단위로 회비가 나뉘며 무통장 입금과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10만원을 내면 평생 VIP회원으로 등록 돼 갖가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먼저 VIP회원은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는 ‘섹스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공짜로 화상채팅과 성인포르노를 감상할 수도 있고 사이트와 제휴관계를 맺은 안마업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전’까지 있다.


돈만 내면 청소년도 정회원

기자가 직접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분여. 자극적인 컨텐츠를 담고 있음에도 기본적인 성인인증 절차조차 없어 의아했다. 개인정보 유출방지를 위해 회원의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여성의 알몸과 노골적인 성관계 장면이 고스란히 노출된 문제의 사이트가 어린 청소년들에게 적나라하게 열려있는 셈이다.

가입절차를 마치기 무섭게 여성회원들의 조건만남 제의가 담긴 쪽지창이 줄줄이 열렸다. 사이트 안에서 조건만남은 모두 ‘쪽지’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만남 상대를 구하는 여성들은 짤막한 쪽지에 본인 사진과 원하는 금액을 적어 무작위의 남성회원에게 보내고 답장을 주고받는 식이다. 이 같은 쪽지 서비스는 정회원으로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다. 남성이 상대를 만나려면 대행업체에 현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청소년들도 돈만 내면 정회원 자격을 얻어 조건만남에 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이라는 사실만 확인되면 곧바로 정회원으로 승급돼 어린 여학생들이 쉽게 성매매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비뚤어진 욕구까지 당당하게

게시판에는 스와핑이나 2:1 집단성교 등 변태적인 욕구를 함께 나눌 파트너를 구한다는 낮 뜨거운 글도 넘쳐난다. 자신을 38세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아내를 만족시킬 회원님을 모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X굵은 남성분, 저희 집 초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내가 X굵은 남성과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다. 아내를 만족시켜줄 남자 분들 쪽지 보내달라”며 스와핑을 제안했다. 선택된 남성에게 아내의 나체사진을 보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34세의 주부는 자신과 집단성교를 나눌 커플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송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그는 “나보다 어린 남성분으로 함께 잠자리 즐길 커플을 만나고 싶다. 남편은 구경만 하고 파트너 교환이 가능한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다.

‘한송이’가 제시한 하룻밤 대가는 100만원. 돈을 주면서까지 쾌락을 사겠다는 비뚤어진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아예 2:1, 3:1 성교를 전문적으로 서비스 한다는 여성도 있다. 기자에게 쪽지로 만남을 신청한 21살 여성은 19살 여동생과 함께 그룹성교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원한 대가는 시간당 40만원. 하드코어 포르노에서나 가능할법한 갖가지 변태서비스가 현찰 직거래로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독버섯 불법 사이트 기승

불법과 변태적 욕구가 뒤섞인 일부 조건만남 사이트의 퇴폐 영업을 뿌리 뽑을 방법은 없을까. 일선 경찰들은 온라인을 무대로 벌어지는 불법 성매매의 경우 단속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여러개의 도메인을 굴리며 점조직형태로 운영하는 불법 대행 사이트는 이용자의 제보가 없을 경우 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같은 불법 퇴폐 사이트를 걸러내고 차단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KISC OM)다. 위원회 심의실 관계자는 “워낙 불법 영업을 하는 사이트가 많아 모두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윤리위가 접속경로를 파악해 해당 사이트를 차단해도 곧 다른 서버의 다른 도메인으로 홈페이지를 열어 법망을 비껴간다. 그만큼 근본적인 차단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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