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섹시하게, 더 전투적으로…막장섹스(?)”

화류계 여성들의 삶이 예전보다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단순히 버는 돈이 줄었거나, 혹은 좀 더 빈곤한 생활을 하는 문제가 아니다. 화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이 과거보다 배 이상 늘어나고, 예전에는 해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과거 신사동, 논현동 인근의 ‘선수촌’에서 생활하면 밤이면 콜택시를 타고 룸으로 출근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 같은 생활은 ‘호사스러움’그 자체. 현재는 손님을 찾아서 안산 등의 경기도 인근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하며 주말에는 노래방에서 일을 하고, 일요일에는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다시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와 일반인 남자를 만나곤 한다. 예전처럼 한방의 ‘공사’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백마 탄 남자’를 찾는 나가요 아가씨들의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화류계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세태를 알아본다.

강남에서 룸살롱 나가요 생활을 하고 있는 최 모 씨(27). 이미 화류계 6년차의 베테랑 급이지만 그녀의 삶도 처음하고는 많이 달라졌다.

화류계에 처음 입문할 때만 해도 그녀의 삶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텐 프로의 에이스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남 룸살롱’이라는 타이틀의 업소에 다니며 지금보다는 한결 편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가지 않아 ‘북창동식 강남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북창동 룸살롱이 강남으로 옮겨오면서 저렴한 비용에 자극적인 서비스를 원했던 남성들이 대거 하드코어 룸살롱으로 발길을 옮겼기 때문. 그때만 해도 그녀는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다.

비록 하드코어한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해야 했지만 그나마 경제적인 벌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 하드코어한 서비스까지 해야 하는가 고민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나로서는 그냥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살 수 있다면 다른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어차피 럭셔리한 삶을 꿈꾼다고 그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화류계 생활이 아니면 딱히 살아갈 방법이 마땅치도 않았던 나에게는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일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위안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선수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근무지역이 좀 달라졌다. 다름 아니라 그녀가 매일 출근하는 곳은 강남 지역이 아니라 경기도 안산 공단 인근의 룸살롱.

하지만 이런 곳은 ‘룸살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좀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중급 노래방 수준의 단란주점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렇게 매일 저녁 동료들과 택시를 타고 안산으로 향하는 것은 역시 강남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산지역 등 공단 인근은 역시 여전히 돈이 돌고 있기 때문에 룸살롱 수요가 있다. 그러나 손님들의 질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그래도 강남지역에서는 하드코어 룸살롱이라고 해도 대개의 손님들은 ‘화이트칼라’였기 때문에 진상이 있다해도 그럭저럭 참아줄 만도 했고 또 다음번에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단골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경험한 ‘블루칼라’들은 확실히 달랐다. 진상의 강도 자체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화류계 아가씨들이 삶의 질을 따진다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우스울지 모른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역시 옛날보다는 많이 힘들어진 것 같다. 물론 수입 면에서는 크게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전보다 더욱 힘든 생활을 해야 그 수입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고, 만나야 하는 손님들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있으며, 일을 하는 근무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화류계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팍팍한 일상’의 본질은 바로 최 씨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삶이 점점 더 ‘슬럼화’되고 있으며, 그것과 함께 미래의 희망조차 점점 더 엷어져 가고 있다는 점. 이제는 하루하루 견디는 삶이 일상화되었고, 앞으로의 미래와 꿈에 들뜨기 보다는 현재의 사소한 즐거움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평일엔 나가요, 주말엔 도우미

또 다른 나가요 아가씨들은 ‘투잡’을 뛰기도 한다. 평일에는 룸에서 일하지만 주말에는 노래방 도우미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녀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 주말에 남자 손님들을 룸에서 만난다는 것은 거의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유부남은 이제 주말을 가정에서 보내기 때문에 주말에는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아가씨들의 경우도 수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별도의 일거리를 찾아야만 한다. 나가요와 노래방 도우미로 투잡을 뛰고 있는 백 모 씨(26)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 화류계의 시작은 나가요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을 맞출 수 없는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생각한 것이 주말에 투잡을 뛰는 것이었다. 그나마 노래방은 주말에도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부족한 수입을 매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룸살롱 보다는 격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나마 주말에만 일해도 약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수입은 예전과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룸살롱에서 일하는 내가 노래방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왠지 인생의 질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백 씨와 같은 경우가 많아서인지, 최근에는 노래방 도우미들도 양극화되는 경우가 있다. 한 부류는 나가 요들이 투잡을 뛰는 ‘럭셔리 노래방 도우미’, 또 한 부류는 완전히 생계형으로 오로지 노래방 도우미만을 하는 ‘일반 노래방 도우미’로 나눠지는 것이다.

‘수질’의 측면에서는 후자가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 특히 후자의 경우 나이가 30~40대로 급격하게 치솟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에게는 거의 인기가 없다. 반면 그나마 그 또래에서는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럭셔리 도우미와 시장을 양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가요 걸들의 팍팍한 일상은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녀들은 이제 더 이상 ‘대박’을 노리는 공사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공사에 성공한 경우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결과가 영 신통치 않다. 또 다른 나가요 이 모 씨(25)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나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에만 해도 공사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환상이 거의 사라졌다. 내가 실제 시도해본 결과도 결국 변죽만 울리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보니 근무 태도도 불성실해지고 오히려 손님을 손님으로 보지 못하고 오로지 돈으로만 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 공사도 못하고 단골도 만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공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변에 봐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한결같이 공사를 꿈꾸지만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아가씨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말에 미팅을 자주 한다. 차라리 성실한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이 생활을 탈출할 수 있는 훨씬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씨의 경우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거 친했던 친구들로부터 간간이 미팅 제의가 들어온다. 그때마다 미팅 자리에 나가서 일반인 남성들을 만나서 자신의 ‘신랑감’을 고른다. 어차피 공사가 안 되면 그냥 대박과 같은 삶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접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공사를 하지 않고 성실한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그녀들의 삶 자체가 팍팍해졌다고 표현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제 나가요 아가씨들의 삶 역시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들도 이제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해야 하고, 먹고 살아 가기 위해서 과거보다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서준 미디어헤이 대표] www.mediah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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