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의 정치권 눈치보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모뉴엘 사태에 이어 경남기업 사태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경남기업은 상장폐지되면서 수출입은행의 총 피해액은 5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도 채권액 대부분이 신용대출인 데다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보다 밝혀진 손실금액이 오히려 큰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보다 금액 많아해외사업 지원 위주
상장폐지로 이틀 만에 200억 날아가추가 손실 있을 것

은행권이 모뉴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경남기업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예상손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액은 은행권을 통틀어 지난달 기준 6800억 원 규모다.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제치고 2171억 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다음은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 1761억 원, 산업은행 610억 원, 농협은행 522억 원, 수협중앙회 455억 원 순이다. 이는 대부분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을 기점으로 나간 대출이다.

이 중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해 더욱 놀라움을 샀다. 각 은행의 신용대출금액은 수출입은행이 1670억 원, 신한은행 1557억 원, 산업은행 610억 원 전액, 농협 439억 원 등이다.

금융당국 통해
채권단 압박한 정황

이에 대해 수은을 비롯한 은행권은 성 전 회장의 정치적인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대출이 이뤄진 것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앞서 성 전 회장이 2013년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시절 금융당국을 통해 채권단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은 20125월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지난해까지 정무위에서 활동했다. 정황상 실질적인 갑의 위치에서 절대적인 을의 위치에 있는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경남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을 시점에 수은을 비롯한 은행들에 특혜대출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경남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무상감자 없는 1000억 원 출자전환과 3800억 원의 신규자금 수혈을 포함해 총 6300억 원대 자금을 지원받았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과 당시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대주주 지분의 무상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를 거부하며 성 전 회장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압력인데
피해는 은행이

이와 별도로 수은 등 관련 은행들은 상장폐지된 경남기업 주식을 정리하며 초기 손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은은 보유했던 경남기업 주식 463만주를 정리매매 기간에 매도하면서 200억 원의 손실을 확정했다.

해당 주식은 지난해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서 취득한 지분으로 주당 5000원씩 총 23170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수은은 463만주 중 350만주는 주당 754, 나머지는 346원에 처분해 총 313000만 원을 건졌다. 13%에 해당하는 8분의 1토막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사실 200억 원의 손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수은 측의 추정에 따르면 향후 경남기업으로 발생할 손실은 대출채권과 이행성보증 등 모두 5200억 원에 달한다.

이어 신한은행 1740억 원과 산업은행, 농협, 수협 등 은행권 대출액의 대부분이 예상 피해액으로 잡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경남기업 대출 건은 정황상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임에도 피해는 모두 은행들이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초저금리 기조에 안심전환 대출로 인한 예대마진 저하 등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태는 은행권을 더욱 늪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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