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차이메리카>516일까지 두산아트센터(Space111)에서 공연된다. 하나의 주제를 공연·전시·강연 등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2015 두산인문극장: 예외>의 두 번째 연극이다. ‘영국 평론가협회상’,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등에서 작품상·무대미술상·연출상·조명상·음향상을 수상한 화제작으로 천안문 사건을 되짚음과 동시에 세계 최고 경제대국의 현재를 고발한다.

<차이메리카>는 거대한 이해관계를 어렵지 않게 전달한다. 경제대국의 이면을 아우르려고 안간힘 쓴다거나 자본주의 폐해를 메시지화해야 한다는 사명에 깔리지 않고 공기, 아이들, 인간의 권리등 부분부터 맞춰나갔다. 이해하기 쉽고 판단하기 쉬운 가치를 가장 앞에 두고, 그 주위에 시대정서와 갖가지 정치·경제적 갈등을 포진시켰다. 현실반영극과 장르연극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150분을 허튼 장면 없이 채웠다. 독재와 탄압에 맞선 탱크맨추적을 필두로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차이메리카>를 보며 건져 올릴 수 있는 키워드는 시대적으로 계층적으로 다양하다. [공안, 반전시위, 스모그, 착취, 반군, 분쟁지역, 수단, 시리아, 콜롬비아, 이민 3, 특파원, 선거, 공화당, 기자정신]등 단어부터 [섹스, 하버드, 마약, 코카인, 나이키, KFC, 신용카드, 쇼핑, 7성급호텔, 스트립 걸]까지, 재료를 섞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추리적인 재미를 부각시킨다.
 
세련된 도입부와 풍성한 전개는 연극 속 현실로 아주 가까이 다가서고 싶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됐다. 감각적이고도 선동적인 고발(대사)에서 오는 설렘이다. 미국 사진기자와 중국인 영어선생, 프리랜서 시장 분석가 등 인물을 빌어 전달하고 있다. 관객들은 <차이메리카>를 통해 가시적인 견해를 정립한 후, 더 복잡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차이메리카>는 작품마다 매겨지는 ‘뛰어난 대사의 단계를 생각나게 만든다. 1단계를 문학적인 대사, 2단계를 전문적인(리얼한) 대사로 여긴다면, <차이메리카>는 문학적이면서 전문적인 대사를 자랑한다. 어딘가에 저렇게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있을 것 같다는 설득을 받음과 동시에 대사의 리듬과 어휘가 멋졌다. 인물에 호감을 갖는 것이야말로 공연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프랭크 역의 배우 임홍식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꿈틀대는 톤으로 대사 질을 끌어올렸다.
 
<차이메리카>는 스토리를 제외하고도 관객들에게 몇 가지 새로운 물결을 보여준다. 무대디자인과 스크린 이미지 활용이다. 작품의 무대는 세 개로 미국, 중국, 서로 공유하는 지역으로 나뉜다. 공유하는 지역은 독특한 구도로 퍼져 있어 낯설고 드넓은 인상을 준다.
관객석은 두 구역이 대각선으로 자리했다. 배우의 동선이 다채롭기 때문에 색다른 밀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면을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이 아닌 객석 옆과 뒤까지 무대라는 느낌을 준다.
무대 뒷벽에 자리한 세 개 스크린은 원거리로 퍼지는 시선을 잡는다.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띄우는데, 이미지들은 연극과 분리해서 감상해도 될 만큼 역사적·감성적으로 뛰어나다. 스크린에는 이미지 외에 배우의 동작과 표정 등이 출력된다.
 
멀티 무대와 스크린 효과라는 게 연극의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차이메리카> 이를 종합적이고 능숙하게 소화했다. 관객들은 연극과 영화를 순간순간 번갈아 보는 듯한, 혹은 연극에 사진과 영상이 침투한 듯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무대 특징은 장소가 빠르고 자연스럽게 전환되도록 돕는다. 영화의 화면분할 기법이 연상됐다. 하나의 무대 위에서 주력 스토리가 진행되는 중에도 선택적으로 다른 무대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것 때문이다. 이번 연극의 동시진행은 영상의 화면분할보다 주입 적이지 않으면서도, 은밀하고 실감났다. 베이징에서 스모그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 반대편 미국의 밤을 같이 볼 수 있다는 식이다.
 
<2014 두산인문극장: 불신시대>를 감명 깊게 경험했던 터라  <2015 두산인문극장: 예외> 역시 기대된다. 지난해 공연했던 세 편의 연극(베키쇼, 엔론, 배수의 고도)도 해외에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배수의 고도는 한국연극 2014 베스트7’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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