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이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종합주가지수가 아득하게만 보였던 2100P를 넘어서며 다시금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암울하지만 사상최저의 기준금리와 다소 무리수로 비춰지는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가져온 유동성 덕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주가상승은 시장참여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이지만 그 동력이 실물경제에 의한 것이 아닌 유동성에 의한 것이라 썩 반갑지만은 않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느껴지는 활기가 반갑다.
 
스스로 실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요령 필요 
 
사상최저의 기준금리는 필연적으로 재테크에 몰두하도록 독려하는 힘을 갖는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덩달아 증가하는 노년층과 경기부진에 따라 이른 나이에 자의반타의반 퇴직을 선택한 장년층이 뻔한 예금이자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해지는 순간까지 당분간 주식시장은 조금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질 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수익을 거두려고 애를 쓴다. 조금이라도 이자율이 높은 금융상품을 찾아 기사나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정보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또한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자 절세를 한답시고 악착같이 영수증을 챙기기도 한다. 기실 이것은 현명하고 올바른 태도이다. 
 
하지만 이미 거액의 자산가가 아니라면 절세가 이자율을 따지는 것보다는 목돈을 모으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큰 규모의 자산가에게 0.5%의 금리 차이는 크지만 기껏해야 1000만 원짜리 예금을 맡기는 사람에게 0.5%는 고작 5만 원에 불과하다. 
 
이자율을 따지고 영수증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술술 새나가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효한 재테크일 수도 있다. 
 
조금 낡고 유행에 뒤처졌다는 생각에 수 백만 원에 달하는 소파를 덜컥 바꾸거나 소주 한잔이면 족할 것을 값비싼 양주를 마신다거나 대중교통으로 가도 충분할 것을 굳이 택시를 잡아타는 것이 모두 불필요한 낭비에 해당된다. 
 
특히 대부분의 우리 남자들은 귀하신 몸이라 자동차의 램프 하나가 나가도 카센터에 맡겨 쓸데없이 공임을 지불하고 전구를 교체한다. 집안의 세면기나 전등, 싱크대 등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관련 정보를 무한정 찾아 직접 수리를 하거나 교체할 수도 있는데 전혀 꿈쩍하지 않는다. 그렇게 술술 빠져나가는 돈은 애써 무시하면서 고작 5만 원의 이익을 위하여 은행금리를 비교한다면 이게 무슨 재테크인가.
 
집안 전체의 통신요금은 얼마나 지출되는지, 불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살펴봐야한다. 간단한 자동차 점검과 소모품의 교환은 직접 할 수도 있으므로 차량유지비를 줄일 수 있다. 가구의 수리나 경첩 등의 교체도 스스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새어나가는 지출을 막은 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수입을 늘릴 궁리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생활인의 재테크인 것이다. 이후 어느 정도 목돈이 모인다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재테크에 돌입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다. 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돈이 술술 새어나가고 있는데 그 부분은 내버려 두고 이자율을 따지거나 절세를 궁리한다. 더 욕심을 부려 왕왕 빚을 내어 주식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것은 명백한 패망의 길이지 재테크가 아니다. 일상 중에 낭비요소를 줄여 목돈을 만든 뒤 그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 재테크에 나서는 게 옳은 순서이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비법 중 하나는 이기려고 아둥바둥하지 않는 것이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주식시장은 체스나 바둑처럼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따라서 스스로 실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겸손하라거나 교만하지 말라는 증권가 잠언은 바로 이 부분을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바둑이나 체스같은 게임의 경우 실력에 월등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내가 잘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영화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초보는 이기려고 하지만 고수는 지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초보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이 앞선 상태로 경기에 임하지만 고수는 절대로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기겠다는 마음이 앞선 초보는 당연하게도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와 달리 고수는 전체 판세를 조망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리고 초보의 실수를 승리의 포인트로 삼는다. 고수의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손실 혹은 수익이 오가는 주식시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해야만 우리는 최종적인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포커페이스가 아니라 포커마인드까지 필요하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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