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때문에 망한 사람들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지금은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덕분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들에게 일상의 자유와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지만, 문제는 이 사진 때문에 가정불화가 일어나고 심지어는 심각한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불륜 상대와의 섹스 장면, 동창회 모임에서 이성과의 과도하게 친밀한 모습, 여자의 미니스커트 아래를 찍는 몰카 사진 등. 이성의 질투심과 상상력을 부르는 이러한 사진들 때문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진 때문에 망한 사람들이다. ‘이성이 보기에 문제가 있는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그때그때 지우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왜 지우지 않고 방치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습성이기도 하다.

평소 ‘업스커트’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자신의 휴대폰 사진이 여자친구에게 들키면서 호된 상황에 처했다. 그간 짬짬이 취미삼아(?)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여자들의 미니스커트 사진을 촬영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관해왔다. 하지만 그날 따라 며칠 분량의 사진을 올리는 것을 깜박했고 더군다나 사진은 그대로 휴대폰에 보관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10장 미만의 사진에 불과해 그냥 에둘러대면 넘어갈 줄 알았지만 여자친구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 결국 그는 그간 클라우드에 올린 모든 사진들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고 여자 친구는 한마디로 ‘멘붕’상태가 됐다고 한다. 여자친구는 일주일 이상 전화 연락을 받지 않았고 이별 통보를 했던 것. 하지만 오랜 솔로시절을 보내면서 겨우 만났던 여자친구였던 탓에 박 씨는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여친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솔로로 지낸 시절이 워낙 오래다 보니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그냥 장난삼아, 취미삼아 찍은 사진이 많았다’고 변명을 했던 것. 하지만 그것 역시 여친게게 쉽사리 먹히지 않았다. 여친과 사귀던 기간에도 계속해서 사진을 촬영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여친에게 지나치게 미니스커트를 강요하다시피 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여자의 입장에서는 ‘나의 예쁜 다리를 보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었지만 따지고 보니 자기 자신 역시 여느 업스커트 여성들처럼 대상화됐다는 것이 불쾌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무릎까지 꿇으면 반성을 했지만 여친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여친이 용서를 하기는 했지만 박 씨는 예상과는 달리 업스커트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제 앞으로는 사진 관리에 더욱 철저함을 기할 것이다’라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사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모든 남자들은 여자의 미니스커트 사진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걸 좀 찍는다고 해서 뭐가 잘못이겠는가. 다만 여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니까 관리를 잘못한 나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물론 박 씨의 말은 일종의 궤변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본질적인 잘못은 ‘사진을 찍은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잘못 관리한 자신’에게 탓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처럼 사진 때문에 이성 관계에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불륜관계가 들통이 나는 것도 사진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문자나 전화통화가 불륜이 발각되는 주요 통로였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사진이 보다 확실한 증거가 되고 있다. 단순한 텍스트 위주의 문자나 전화통화는 둘러댈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장난’이었다거나 ‘업무상 꼭 필요한 통화였다’고 하면 의혹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어도 최소한 그 자체로 확실한 증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은 완전히 다른 위상이다. 일단 얼굴이 찍힌 이상 이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신의 불륜 상대와의 섹스 장면을 들킨 후 파경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부 사이에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섹스를 하는 사진을 휴대폰에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이러한 사실 때문에 현재 이혼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숙의기간 1개월만 지나면 이들은 정식으로 이혼을 하게 된다.

“정말로 그 사진을 발견했을 때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일주일간 거의 밥을 먹지 못했다. 잠도 겨우 쓰러질 상태에서 쪽잠만 자고 물만 먹고 살았다. 이제까지 믿고 살았던 나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웃으며 섹스를 하고 있는 사진을 본 사람이 어떻게 제 정신일 수 있겠는가. 남편은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다짐을 했지만, 그 사진을 본 나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사진 없이 그냥 통화나 만남을 자주했다면 모르겠다. 내가 직접 목격을 하지 않으니 혼자 상상만 할 뿐이겠지만, 이건 사진을 직접 본 상태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 때 본 사진은 아마도 내 기억 속에 평생토록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말 충격적이었고 이제는 남자를 믿을 수 없게 돼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만 찍지 않았다면 들키지 않았을 텐데, 뭐 하러 굳이 사진을 찍느냐는 점이다. 물론 ‘이성적’으로만 본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사랑에 빠지거나 상대와 섹스를 할 때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셀피족’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은 그만큼 강렬하다는 이야기다. 그저 머리에서는 ‘사진을 안 찍으면 되는 일이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의 심리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동창회에서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저 올리지 않으면 될 일 같이 생각되지만 모임에서 찍힌 수많은 사진들이 여과 없이 올라오는 것이 현실이다. 아내가 동창회를 나가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밴드만 붙잡고 산다는 한 남성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아내는 이제 거의 밴드 중독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나야 회사에 있어서 낮에 와이프가 무엇을 하는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나중에 밴드 접속 기록을 확인해보니 거의 하루에 5~6시간이나 된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잠자고 청소하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거의 계속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녀가 단순히 밴드에 머물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남편에게는 부끄러울 수 있는 은밀한 행동을 한 사진들이 올라오고 그것에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는 점이다. 실제 남편이 본 사진은 정말이지 거북한 사진이 한 두장이 아니었다고 한다. 동차회 술자리에서 서로 껴안고 심지어 뽀뽀를 하려는 듯 한 포즈까지 올라온다. 직접적인 섹스 장면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사진들이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상대 이성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노래방에서는 블루스를 친다는 명분하에 서로 껴안고 춤을 추는 사진도 부지기수다. 남편이 아무리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도 도통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개인적인 즐거움이라며 동창회에서 만난 남자들과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 그리고 심지어 ‘그렇게 관계를 끊는 건 동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한다. 내가 너무도 가슴이 아픈 건 아내의 그런 이상한 행동이 담긴 사진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무 관계도 아니니 사진을 보려면 보라’고까지 말하지만 실제로 그 사진을 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밴드 때문에 가정생활이 말이 아니게 됐다.”

스마트폰이 주는 일상의 여러 가지 편리함도 있지만, 이성과의 과도한 사진은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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