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는 백년손님인가 머슴인가. 며느리는 딸 같은 존재인가 하녀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중요한 건 사위의 역할, 며느리의 역할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한 가정을 파탄에서 구원할 수도 있고 파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월드’ ‘처월드’ 심지어 최근에는 ‘가문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결혼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직접 결혼생활에 돌입하면 부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시월드’ ‘처월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결혼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 육아 등등 부부가 독립하지 못하고 양가 어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고, 무작정 ‘독립’만 외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결정적인 열쇠는 며느리와 사위의 역할이 아니라, 아들과 딸의 역할이다. 며느리와 사위는 오로지 배우자만 믿고 낯선 시월드, 처월드에 입성한다. 시월드와 처월드는 아들과 딸이 주인공인 세상이고, 며느리와 사위는 조연이나 포커스 아웃된 배경일 뿐이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감정이라면, 며느리와 사위에게 시월드와 처월드는 애초에 사랑받는 아들과 딸 옆의 그늘진 자리이다. 그늘을 감수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분란을 예방하는 출발점이다.

양가 부모들이 아들과 딸에 대한 애정표현을 무한하게 하는 것이 자칫 아들의 배우자와 딸의 배우자에게는 간섭이 될 수 있다. 며느리와 사위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기 전에, 아들과 딸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물러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를 오해 없이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들과 딸뿐이다. 시월드와 처월드에서 아들과 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부모의 아들과 딸에 대한 애정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그것을 잘못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주인공 역할에 취해 배우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아들과 딸의 잘못된 처신일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