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대 남성이 ‘쉰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병원에 찾아왔다. 몇 달 전부터 목소리가 서서히 쉬더니 한 달 전부터는 바람이 새는 소리가 심해 일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쉰 목소리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10여 가지가 넘는 성대질환 또는 암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성대질환의 경우 공통적으로 쉰 목소리가 주된 증상이기도 하다.

▲ 사진=뉴시스
쉰 목소리는 목소리 구성 요소인 높이와 강도, 음색 등에 이상이 생겨 목소리가 원하는 대로 잘 나오지 않거나 쉽게 잠기고 거칠어지는 등의 증상을 말한다. 목소리가 쉬거나 잘 나오지 않고 갈라지는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성대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성대는 3층 구조로 돼 있다. 성대근육과 이를 둘러싸는 인대층이 성대의 맨 아래층을 형성한다. 그 위에 성대점막이 잘 움직이도록 젤리처럼 부드러운 유동성의 성대 고유층이 있다. 가장 위층은 상피점막층으로 이 상피층이 물결치듯 진동하면서 목소리가 나온다. 좋은 목소리를 형성하려면 성대의 유연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 잘못 사용하거나 흡연, 음주, 외부 환경적 영향으로 성대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쉰 목소리가 날 수 있다. 
 
쉰 목소리가 증상인 성대질환은 후두염, 성대결절, 성대마비, 성대폴립, 성대구증, 성대낭종, 후두종양 등 병변이 생기는 경우와 성대는 이상이 없고 깨끗한데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잘못된 발성습관에 의한 기능성발성장애나 성대근육에 대한 신경조절의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대표적으로 연축성발성장애, 근긴장성발성장애 등이 이곳에 속한다. 
 
기능성발성장애는 말을 할 때 목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면서 목 근육이 조이게 되고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거나 잠기고 끊기는 현상이다. 주로 20~30대 사회생활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는 증상이 크게 발현되지 않으나 면접 등과 같이 긴장하거나 중요한 회의 등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쉬고 걸걸한 이중음이 나기도 하고 말하는 중간 발음이 되지 않는 단어도 나타난다. 이와 같은 목소리가 떨리는 현상은 자신감 저하를 초래해 삶의 질을 떨어뜨려 마치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치료법은 성대검진을 통해 보톡스 주사제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간단히 교정 가능하다. 
 
감기와 함께 찾아오는 쉰 목소리는 대부분 염증으로 인한 후두염일 가능성이 높으며,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감기 증상의 호전과 함께 목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물을 자주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주면 약 2주 이내 호전된다. 하지만 2주 이상 목소리 호전이 되지 않고 호흡곤란, 가래 등이 반드시 동반되면 목소리가 생성되는 후두와 성대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목소리 오남용 등의 원인 없이 발생하는 쉰 목소리는 성대마비, 후두암 등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쉰 목소리는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원인과 질환은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성대 종합검진이 필요하다. 
 
쉰 목소리의 치료방법은 질환에 따라 달리 적용되며, 대부분은 음성치료와 발성습관 교정, 음성재활 등을 거치면 맑은 음성을 되찾게 된다. 치료방법은 약물적 치료와 주사치료, 수술적 치료방법이 있다. 주사치료는 잘못 움직이고 있는 근육들의 떨림을 잡아주거나 성대에 생체 보형 물질 등을 주입해 정상적인 성대로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성대 혹, 종양 등의 치료는 수술적 방법을 시행할 수 있다. 여러 치료방법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단계가 재활치료다. 잘못된 습관이나 발성법을 교정시켜 성대질환을 예방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은 질환이라 인식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지체할수록 더욱 나빠져 나중에 원하는 음성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목소리는 현재 쉰 목소리가 나지 않고 좋다고 해서 나이가 들 때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도 노화 과정을 겪으면서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목을 조심히 사용하고 아껴주어야 목소리 노화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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