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이 변하고 있다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한때 북창동은 대한민국 룸살롱 문화의 중심지였다. 경기가 좋을 때 시청 위의 북창동 거리는 흥청망청 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밤을 훤히 밝히는 조명이 이러한 사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북창동은 거의 죽을 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태 업소들의 연이은 등장과 조건만남녀들의 발흥이 북창동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북창동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같은 화려한 명성까지는 아니겠지만 ‘란제리 풀’을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2015년의 북창동,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일까?

 

란제리 룸살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유행을 탔던 콘셉트이다. 기존 나가요 아가씨들이 입는 옷은 ‘홀복’이라고 불리는 하늘하늘하고 가슴이 좀 파인 옷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란제리를 입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란제리는 아니다. 여성의 섹시미가 더욱 강조되는 란제리들이 나타나면서 아가씨들이 어떤 란제리를 입느냐에 따라 초이스가 좌지우지하게 됐다. 또한 평소에 애인이나 아내에게서 볼 수 없었던 섹시한 옷을 입고 술을 따르는 여자들의 등장에 많은 남성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하면 기존의 홀복은 ‘갑옷’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란제리 룸살롱이 얼마나 인기였는지를 한 남성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들어보자.

“처음 란제리에 갔을 때 눈이 완전 휘둥그레졌다. 그곳은 한마디로 여신의 집합체였다. 20대의 보들보들한 살결과 진한 화장, 그리고 섹시한 란제리의 자태는 남심(男心)을 뒤흔들었다. 그래서 정말로 업소를 자주 방문했다. 거기다가 터치가 허용되는 곳은 말 그대로 그냥 침실 분위기였다. 한번 상상해보라. 처음 보는 섹시한 여자와 침실에서 함께 술을 먹는다는 상상. 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 아닌가? 어쨌든 당시 란제리 열풍은 남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 정도로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란제리 열풍도 이제는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상태다. 그런데 여기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북창동의 역습이 시작됐다. 란제리는 이제는 룸살롱 마니아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콘셉트일지 몰라도 말 그대로 ‘룸살롱의 영원한 대세’라는 인식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여자라도 함께 술을 먹는다면 홀복보다는 란제리를 입고 있는 것이 훨씬 더 경쟁력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자들이 완전히 옷을 벗고 술을 먹지 않는 한, 란제리 패션은 앞으로 수년간 대세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상황이 이렇다면 북창동에 란제리 룸살롱을 전면으로 포진하고 있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북창동의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리 란제리에 익숙해진 사람이라고 해도 란제리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 룸살롱에 입문한 사람도 란제리를 선호한다. 그렇다면 결국 결론은 란제리다.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유일한 패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성들은 결코 술만 먹기 위해 룸살롱에 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아가씨와 술을 먹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그러니 란제리를 입은 여성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이제 룸살롱은 란제리고, 따라서 북창동은 란제리 룸살롱을 대표상품으로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북창동이 란제리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부터 이제 ‘북창동=란제리 룸살롱’이라는 브랜드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그냥 ‘북창동은 북창동이다’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었다. 이는 북창동이 룸살롱의 대명사일 수는 있어도 특정한 브랜드 효과를 갖기는 힘들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제는 북창동이 특정한 브랜드로 포지셔닝이 되면서 오히려 매출이 올라가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한국의 룸살롱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란제리 룸살롱’을 보기 위해서 기꺼이 북창동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브랜드 효과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종로 인근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업무상 외국인에게 접대하는 경우가 많다. 종로에서는 북창동이 그리 멀지도 않아서 가끔씩 한국의 룸살롱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외국인들을 그쪽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룸살롱 보다는 ‘란제리’에 중점을 둔 북창동이 좋다. 다른 일반 룸살롱에도 란제리를 입는 곳도 있지만 입지 않는 곳도 있다.

외국인도 쇼킹하게 느끼는 북창동 문화

하지만 북창동은 어디를 가더라도 대부분 란제리를 입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선택해도 후회가 없다. 특히 외국인들은 한국의 이런 문화에 완전히 맛이 간다. 그렇게 않아도 좋은 피부에 예쁜 동양여자들이 란제리까지 섹시하게 입고 오니, 그들로서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을 ‘평생 잊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봤다. 그만큼 북창동의 란제리 문화는 쇼킹할뿐더러 이제는 완전히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창동의 란제리 문화에 대해서 영업상무 등 직접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취재진은 북창동에서만 무려 20년의 뼈를 묻어왔던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북창동은 한국 룸살롱 문화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제까지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흥망성쇠를 많이 해왔지만 지금의 란제리 콘셉트만큼 확실한 동력이 되어주었던 것은 기존의 ‘전투’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전투란 말이 알다시피 손님에 대한 ‘인사’에서부터 즉석 오럴까지를 말한다. 한때 이것이 북창동을 대표하는 콘셉트였는데, 이제는 여기에 란제리 콘셉트까지 더해지면서 완전히 새롭게 환골탈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가씨들의 기술적인 숙련도도 높아지면서 이제 북창동은 남자들을 위한 완전히 완성된 해방구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콘셉트가 고객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창동이 아무리 란제리 콘셉트라고 하더라도 이미 강남에서도 란제리 콘셉트가 많이 있고, 거기다가 아가씨들의 수질로만 따지자면 강남이 단연 압권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강남은 대한민국 패션의 중심지인 만큼, 란제리의 수준도 사뭇 남다르고 그런 점에서 남자들은 이제 북창동에서 강남으로 건너오는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감안한다면 서울의 란제리 룸살롱 문화는 ‘강북 북창동 VS 강남역 역삼역 부근’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 란제리 룸살롱 문화를 대표하는 두 격돌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둘 간의 차이는 여전히 있다. 강남이 수질이 더 나을 수는 있어도 비용이 좀 더 비싼 면이 있고, 북창동은 가격도 저렴하고 아가씨들이 보다 인간적인 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북창동과 강남역 인근은 앞으로도 용형호제처럼 두 정상을 이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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