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DJ 세력 만들 것’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분당 하더라도 부분적 합종연횡·유연적 통합이 유력”
친노계 심각한 위기…문재인 대표 대권 야망까지 흔들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4.29 재보선이 여당의 압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패로 야권재편을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1주기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악재를 맞은 여권은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적지 않았으나 야권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자 야권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문재인 대표는 책임론에 내몰리게 됐다. 야권의 재보선 연전연패의 원인을 놓고 내부 단합 실패라는 여론이 적지 않아서다. 이번 선거는 야권 분열 구도 속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분석이 많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야권 분열에 대한 국민적 염증을 반영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야권에 대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권 주변에서는 야권 분열조짐과 관련해 “ 새정치연합 새 대표는 입지를 세울 틈조차 가질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당 대표 교체를 놓고 내분이 심화될 것”이라며 “현 새정치연합 상황에서는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분열의 움직임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됐다.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구 등 수도권과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 모두 해체된 통합진보당의 자리였다. 통진당 해체 이후 새정치연합이 물려받는 이상적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새누리당으로 민심이 돌아섰다.

이는 새누리당에 대한 선택이라기보다 분열된 야권에 대한 민심의 외면이었다. 군소 야권후보가 난립으로 표가 분산되면서 승리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선거결과가 이렇게 되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새정치연합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복잡한 기류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동영 전 고문의 탈당과 신당합류 선언으로 이미 야권 분열에 대한 관측은 곳곳에서 제기됐다. 선거의 참패로 야권은 친노를 중심으로 한 신파와 동교동계가 주축이 된 구파 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가 됐다.

최근 야권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친노와 비노의 분리가 타진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전당대회와 보궐이 끝난 이후인 이달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8월 정도에는 분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야권 분열로 4월 보궐선거의 대패로 분당 논의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말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견해가 더 많다.

일단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계파 핵심인사들에 대한 문제가 더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을 이탈하려는 인사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분당요구가 핵심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친노에 대한 비난여론이 형성되면서 탈당 분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친노계는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문 대표의 대권 야망도 물 건너갈 것은 불보듯 환한 일이다.

친노진영에서는 이 부분을 가장 의식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야권 핵심 인사들은 보궐, 신당, 분당 등 여러 문제를 의식해 발언을 조절하고 있다.

野 지지도 20% 이하로 추락

새정치연합의 동교동계 등 구파 내부에서는 분당 논의가 더 커지고 있다. 이유는 계파갈등과 부족한 역할로 인해 야당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표마저 떨어져나가고 있어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20%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야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는 현재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 때 수도권뿐만 아니라 텃밭까지 잃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야권 일각에서는 친노와 비노계가 서로의 노선을 강조하다보니 내부 계파 싸움에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자성과 함께 더 이상 한 지붕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야권 일각에서는 “분당을 하더라도 부분적 합종연횡과 유연한 통합책을 통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진보 정당들과의 관계와 관련, 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은 분당보다는 과거 같은 선거 연대를 다시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등 비노의 대표적 인사들은 현재 분당론과 거리를 두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반면 박주선·강창일·김동철·이상민·정성호·최재천·최원식 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은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등 모임을 유지하며 야권 분열 현실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노계는 당장 야권에 확산되고 있는 야권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문재인·정세균·이인영 의원 등 친노와 486·재야 출신 인사들은 “분당은 현재 야당의 여건을 보면 자살행위일 뿐만 아니라 누구도 분당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일부에서는 분당과 관련해 “새로운 야권 신당이 세워질 경우 친노와 강경파를 배제한 중도 신당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야권 내 적지 않은 이들이 이동을 고민해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아울러 비노계 중 정통파 내부에서는 “신당보다는 민주당으로 복귀하고 친노를 중심으로 한 야권 연합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비노계 결속을 통해 전향적 친노 인사를 일부 영입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새정치연합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이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내분이 격화되는 분우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 내에서 그동안 관망했던 의원들이 신당 필요성 쪽으로 기울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신당의 성공과 야권 재편은 얼마나 참신한 인물이 합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정 부분 세력이 호응해 결단해야 야권 재편이 가능한 상황에 신당의 추진 동력이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야권의 신당의 현실화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통 민주당파를 표방하며 분당 또는 신당이 현실화된다 해도 인재영입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도부 불신론 수습이 문제

재보선 최대 쟁점지역이었던 서울 관악을에서 승리한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43.89%를 얻었다.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의 34.20%과 무소속 정동영 후보의 20.15%를 합하면 승리한 오 의원의 표수를 월등히 넘어선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에서 승리해 충격을 준 천정배 의원도 새정치연합 출신이다.

당내 계파 갈등이 텃밭에서의 패배한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의 구 민주계가 문 대표의 현 지도부를 돕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문 대표가 긴급히 구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을 만나 지원을 이끌어냈지만, 이미 새정치연합 내부 갈등은 부각됐다.

쟁점지역인 서울 관악을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 전 의원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도 문제다.

새정치연합 내분뿐 아니라 야권의 각개약진도 화근이 됐다. 경기도 성남 중원에서는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이 55.90%를 얻어 정환석 새정치연합 후보 35.62%, 무소속 김미희 후보 8.46%를 눌렀다.

신 의원이 압도했지만, 새정치연합과 김미희 후보의 분열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이같은 문제는 향후 총선에서 다시 불거져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야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야권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가 새정치연합을 완전히 버림으로써 문 지도부의 총사퇴 요구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패인에 대해 “당원들은 새정치연합이 친노의 계파 정당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는 데다 지도부가 민심과 너무 동떨어지는 행보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년 7·30 재·보선 때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된 권은희 의원은 “우리 당 후보가 천 의원에게 더블 스코어 차이로까지 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게 광주 민심의 현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이번 결과를 놓고 “새 인물로 물갈이하려는 분위기가 있을 테고, 이를 저지하려는 호남 의원들과의 싸움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이와 함께 광주 서구을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를 압도하고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방침을 공언해 야권은 호남발(發)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휩쓸릴 조짐이다.

“호남에서도 경쟁구도 만들겠다”

천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광주에서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 비전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서도 (새정치연합과) 경쟁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어 “내년 총선 때까지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은 없을 것”이라며 “(호남을 중심으로) 30곳에 후보를 내 (판세를) 뒤집어야겠다”며 ‘호남 신당론’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입지가 흔들릴 요인이 생기면서 호남을 중심으로 야권 내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정치연합 호남권 의원들은 대체로 “지역색을 강조한 호남 신당은 필요 없다”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일 경우 야권 지형 재편의 흐름으로 급격히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거론하고 비노(비노무현)계 중심으로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문 대표 리더십이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사퇴론을 차단하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선거 직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냥 그만두고 나면 또다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표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한편에서는 ‘문재인 책임론’이 부각됐지만 본격적인 사퇴 요구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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