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 사이트 사기의 기술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일명 ‘섹파 사이트’라는 곳이 있다. 말 그대로 섹스파트너를 구할 수 있는 웹사이트이다. 이런 곳에 접속을 하게 되면 말 그대로 ‘별천지’가 열린다.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남성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금방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섹스 파트너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 실제 회원 가입을 하게 되면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구애 문자가 오게 된다. 그간 여자가 없이, 혹은 새로운 섹스파트너를 상상해왔던 남성들이라면 한마디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일종의 사기일 뿐, 실제로 섹스 파트너가 생기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도 수많은 남성들은 섹시한 여성을 섹스 파트너로 두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이곳에 돈을 결제하게 된다. 섹파 사이트의 사기술은 어떻게 완성될 수 있는 것일까?

직장인 김모씨는 애인 없이 지낸지 1년이 훌쩍 넘는다. 외모도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는데다가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몸매 관리에도 그리 많은 신경을 쓰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외모는 갈수록 망가졌고 그런 그와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남자로서 성에 대한 관심과 욕정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애인이 없을수록 성에 굶주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성매매 업소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성매매 업소의 여성들과 즐기는 것도 한두 번. 매번 그렇게 하려니 돈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여성과의 정신적 교감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그것마저 회의가 들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한 조건만남을 하려고도 했지만 이 역시도 그리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녀들 역시 그저 돈만 보고 섹스를 하는 것이라 친밀함도 없고, 지속적인 섹스 파트너로서의 역할에도 불만족스러웠던 것. 그런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일명 ‘섹파 사이트’였다. 한번 접속을 하게 되면 수많은 여성들이 있는 곳, 또한 그녀들 모두 김 씨가 원하는 것과 같은 섹스 파트너를 찾고 있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별천지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정말 처음에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에는 흥분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섹시하고 요염하고 세련되기까지 한 여성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했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녀들과 대화를 하고 나의 섹스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면 고작해야 몇 만 원이 중요하겠는가.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별천지를 향한 신나는 여행을 시작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것은 ‘호갱님’으로 가는 지름길에 불과했다. 그의 앞에는 험난한 결제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어떤 섹스 파트너도 만나지 못하는 허무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그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일단 여자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결제를 해야 한다. 심지어는 단어의 숫자까지 지정되어 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500마디를 하기 위해서 9만9천 원을 결제해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대화라는 것이 딱 마디를 결정해놓고 하는 것도 아니고 500마디 정도는 순식간에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몇 마디 인사만 나눠도 이미 수십 마디를 나누는 셈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봤을 때 9만 9천 원은 그저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가는 돈이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여기서 다가 아니다. 일명 ‘당일 미팅권’도 따로 사야한다. 그러니까 당일 즉석만남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러한 당일 미팅권을 구매하게 되면 여자들과의 채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또다시 돈을 내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여기에다 당일 미팅권을 구매해 만나는 여성들 역시 남성들이 애초에 기대했던 ‘순수한 아마추어 여성’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조건만남을 하는 여성들, 혹은 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알바를 뛰면서 남자들을 만난다는 것. 만약 이럴 경우라면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조건만남의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랜덤채팅 어플만 활용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불필요한 돈을 사이트에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개인의 잘못된 욕망에서 시작

결국 매일 아침 여자들이 멘트를 날리면서 남성에게 접근한 것은 모두 해당 사이트의 조작이라는 혐의가 강해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던 여성들의 채팅 제안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뚝 하고 끊길 수가 있냐는 것이다. 김 씨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처음에 가졌던 환상과 환희가 완전히 깨지기까지 채 2주일이 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너무도 황홀한 순간이었다. 아침마다 여자들이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야시시한 농담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당장이라도 그녀들과 만나 섹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사이트에서 조작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여성들이 일시에, 집단적으로 문자를 보내다가 또 당일 미팅권을 구매한 후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않을 수 있는가? 한마디로 사이트에 운영자 측에서 의도적이고 기술적으로 이를 조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과연 그렇게 문자를 보냈던 여성들이 진짜 여성일까 하는 점이다. 사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과연 문자를 보내고 채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여자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하지만 이는 곧 그들이 여자가 아닐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점을 반증한다. 굳이 문자를 보낸다고 당장 만날 것도 아닌데, 여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남자 알바생을 고용해 무한 반복적으로 정해진 채팅 문구를 날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운영자 측에서는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일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여성을 고용할 필요는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의 성을 뒤바꾸는 일을 쉬운 죽을 먹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뒤탈이 날 일도 없다. 결국 수많은 남성들은 이러한 운영자 측의 ‘농간’에 놀아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김 씨 이외에도 이런 비슷한 일을 경험한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다. 또 다른 직장인인 박모씨도 거의 동일한 패턴의 일을 당했고 지금은 당시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당시 그가 채팅 사이트에 쏟아 부은 돈만 거의 1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근 한 달이 되고 나서야 자신이 그저 ‘여자로 믿고 싶은 사람들’과의 문자 채팅만 있었을 뿐이지 단 한명의 섹스 파트너도 만들지 못했고, 또한 그녀들을 만나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좌절을 하고 말았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바보였다. 여자들과의 채팅이 도대체 뭐라고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익은 거의 없었고 그저 막연히 섹시한 여자들과의 섹스에 대한 흥분된 기대감이 있었을 뿐이다. 그게 전부였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만약에 내가 단 한번이라도 그녀들을 만나 섹스를 했다면 이런 후회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단 한번도’ 그런 일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섹스 사이트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거의 100%에 가까운 조작을 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섹파 사이트로 인한 좌절과 절망감은 이미 애초부터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유흥 전문가는 ‘섹스 파트너라는 희소가치가 있는 것을 단 돈 몇 만 원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못 박는다. 매일 아침 섹스에 굶주린 듯한 여성들이 그렇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있을 수 없는 것이고, 그런 여성들과의 섹스를 꿈꾸는 것 자체가 허황된 욕심이라는 이야기. 결국 모든 사기는 개인의 잘못된 환상이 만들어낸다는 점은 바로 이 경우에도 여실히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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