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수사 배후에 거물급 인사 있다”

공갈 등의 혐의로 공개수배된 부산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67)가 지난 6일 휠체어를 탄 채 부산 연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전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의 두목 이강환(67)씨가 지난 4월 7일, 검거한지 이틀 만에 풀려나 논란을 빚고 있다. 지역 건설업자를 협박해 수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경찰의 검거를 피해 한달여 동안 잠적했던 이씨는 지난 4월 6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사의 보강수사 지휘로 검거 이틀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에 강력반발하고 있어 검·경 갈등이 우려된다. 또 이번 이씨의 석방에 그를 비호하는 배후세력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씨의 검거와 석방까지 이틀간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재구성해 본다.

이씨는 검거당일 오전 9시42분께 ‘이강환씨와 비슷한 사람이 보인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부산진경찰서 부암지구대 소속 손민호 경위 등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이씨가 검은색 승용차 안에 타고 있을 때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1명과 조직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 2명이 이씨와 함께 있었으나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검거되자 향후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씨측은 “경찰에 검거된 것이 아니라 이미 자수하기 위해 경찰서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도피를 계속할 계획이었다면 공공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씨측의 주장이다.

이씨의 변호인은 경찰에 “부산 연제경찰서에 자수의사를 밝히고, (경찰서로)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 혐의 부인 속내

실제로 경찰은 현장긴급검거가 아닌 임의동행 형식으로 이씨를 경찰차에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동행은 당사자가 거부할 수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0여차례에 걸쳐 부산의 모 건설업체 대표 박모(61)씨를 위협해 4억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직원을 동원해 납치,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에 대한 경찰의 조사결과 이씨는 A씨에게 10억 원을 강제로 맡긴 뒤 정기적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뜯어온 혐의를 받고 있으나 이씨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측은 오히려 박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 경찰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씨측에 따르면 박씨와는 20여 년간 알고 지내온 지인 사이로 최근 박씨가 부산의 한 재개발지역의 철거공사 사업을 따낸 사실을 알고 3억여 원을 박씨 사업에 투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씨측은 “박씨가 돈을 챙긴 뒤 부도처리를 내고 잠적하는 바람에 박씨를 찾아내 박씨에게 투자한 자금을 회수했을 뿐이며, 돈을 갈취했거나 폭력을 행사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측은 “박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인물은 다른 인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씨의 한 측근도 “이 사건은 관련 피의자가 따로 있고 그는 이미 경찰에 구속돼 있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잘못된 정보를 듣고 이미 종결된 사건을 가지고 엉뚱한 사람을 잡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의 주장을 믿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건과 직접 관련된 A씨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고 이씨의 범죄사실을 계속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범죄 사실을 부인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공갈 및 갈취 등과 관련된 구증 확보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며 “이씨가 조직원을 동원해 피해자 박씨를 납치하고 폭행한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미 이씨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했고 관련자들의 증언도 적지 않다”며 “피해자가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고 정황상 근거가 뚜렷한 만큼 증거도 곧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씨가 자수하려 한 배경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씨는 입을 굳게 닫고 있지만 일부에선 이씨가 도피기간 중 자신에게 유리한 여러 근거들을 마련해 놓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자수하려했다” 배경은?

이런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씨는 검거 이틀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 지휘를 내리고 이씨를 석방시켰다.

사건을 맡은 부산지검 강력부 (김종범 검사)는 어음 갈취 경위나 납치폭행 사건에 이씨가 실제 개입했는지 여부 등 5가지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지휘를 내렸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씨가 무려 한달 여 동안 검거에 불응하는 등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큰데다, 이씨의 체포영장 발부를 결정했던 검사가 구속 상태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에 대해 석방 결정을 내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의 석방 배후에 변호인단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는 의혹이 경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과거 자신을 구속했던 강력부 검사와 재판부 판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서울의 ‘법무법인 한결’ 소속의 변호사와 부산의 ‘법무법인 정인’ 소속의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몄다.

한결의 대표 변호사는 조승식(58·사시 19회·전 강력부 검사)변호사다. 인천지검장과 대검 형사부장을 역임하고 2008년 검찰을 떠난 조 변호사는 현직에 있을 때, 거물급 조폭 보스인 이씨를 구속해 강력부의 전설로 통한다. 1991년 부산지검 강력부의 수석검사였던 조 변호사는 범죄단체구성 등의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고 이씨는 이후 8년간 옥살이를 했다.

또한 법무법인 정인의 대표인 황익 변호사도 지난 91년 이씨의 1심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의 재판장이었다.


주먹계 인사들 ‘표적수사다’ 경찰수사 비난

주먹계 인사들은 경찰 수사를 비난하고 있다. 분명치 못한 이유로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지역의 거물급 인사로 통하는 A씨는 “이씨가 현재 정치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모 연맹에 ○○체육단체 협회장 자리를 놓고 밉보였다는 소문도 있다”며 “경찰이 자신있게 나서는 것을 보면 뭔가 배경이 있는 것 같다”며 정치권 인사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이씨의 석방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다시 불거질 조짐마저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추이에 세인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이씨 경찰 수사정보 유출의혹 여전

이강환씨의 도피 행적이 관심사다.

이씨는 자택인 부산 남구 용호동의 고급 아파트와 아들 B씨의 아파트, 자주 머물곤 하던 부산의 L호텔과 P호텔 등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제 3의 장소에서 머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 등을 앓고 있어 활동이 지극히 제한적인 이씨를 눈앞에 두고도 놓친 것과 관련, 경찰 내부에서 이씨를 돕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22일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물밑접촉을 통해 자수를 권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이씨의 동선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던 경찰은 강력계 직원 20여명을 체포영장 발부 직전 부산의 모 호텔 커피숍에 미리 잠복시켰다.

이씨가 이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채 30여분이 지나지 않은 낮 12시20분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 일행은 커피숍에 들어서면서 어디에선가 온 전화를 받고는 평소와 달리 자리에 앉지 않고 화장실 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경찰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이씨가 자리에 앉지 않자 바로 검거에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호텔로비에서 소동이 벌어질 것을 우려, 이씨를 거주지에서 검거하기로 작전을 수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알아채고 도주했다. 이는 경찰내부는 물론 검찰, 법원 등에서 정보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오랫동안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어떠한 정보 유출 기미도 없었다”며 “영장발부 직후부터 보안이 유지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시대따라 달라진 조폭 ‘벤처사업도 손 대’

상습 공갈 등의 혐의로 지난 6일 경찰에 검거된 ‘칠성파’의 두목 이강환(67)씨가 지난 8일 새벽 검사지휘로 석방됐다.

지난 8일 부산지검 강력부(검사 김종범)는 경찰이 신청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내용을 검토한 결과 혐의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날 새벽 2시경 이씨를 석방했다고 전했다.

이번 ‘이강환 구속’사건을 계기로 여론의 관심은 그가 속한 ‘칠성파’에 쏠렸다. 이와 관련해 한국 조직폭력배 계보도 화제다.

70~80년대 한국을 이끈 3대 조폭은 김태촌이 이끈 서방파와 양은이파, OB파가 있다.

그러나 해당 보스가 검거되면서 각 조직은 뿔뿔이 흩어진다. 일본의 야쿠자와 달리 우리나라의 조폭은 조직력이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조폭 세계가 변모했다. 수사기관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조직으로 겉으로는 합법적인 사업에 손을 뻗은 것이다. 유흥업소, 호텔업, 성인오락실, 건설업, 사채, 심지어 벤처기업에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주가 조작에 관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칠성파’는 부산의 대표적인 성인오락실 및 상품권 사업의 큰 손이다.

신생 조직의 두목들은 계보에 얽매이지 않고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워 조직을 구축했다. 조직이 통합될 경우 돈 많은 사람이 두목이 됐다. 최근에는 정치권과 연계한 조폭도 늘고 있어 그 영향력이 거대해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