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마크 로스코전과 딱 맞는 타이밍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레드>531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레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이 출연하는 2인극으로 실제 마크 로스코가 했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지만 더 확장시켜보면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 간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연극 <레드>는 기존의 것이 새로운 것에 정복당하고 이런 순환들 사이에 성숙하고 쇠퇴하고 소멸되는 세계를 전한다.

2011,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돌아왔다. 배우 정보석 배우 한명구가 마크 로스코 역을 맡았다. 정보석은 “2011년 초연되었던 연극 <레드>를 보고 내가 먼저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기회에 그토록 바라왔던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라며 감회를 전했고, 한명구는 한 화가의 예술정신을 담은 이 이야기에 배우로서 뭔지 모를 끌림이 있었다. 관객과 배우 모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져갈 수 있는 작품을 함께 할 생각에 떨린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두 배우 모두 1986년 데뷔, 30년을 걸어온 만큼 그 동안 다져온 내공을 담아 연기하고 있다.
 
연극 <레드>는 런던의 돈마웨어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 2009년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그리고 2010,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제64회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레드>의 작가 존 로건은 여느 작품들처럼 화가 로스코의 생애를 훑기 보다는 그의 중년 시절에 있었던 한 사건에 모티브를 뒀다. 1958, 뉴욕 씨그램 빌딩에 자리한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의뢰 받은 마크 로스코가 40여 점의 연작을 완성했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사건을 두고 그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한 것이다. 존 로건은 더 나아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을 등장시켰다.
 
로스코와 켄이 쏟아내는 격렬한 대화에는 철학, 예술, 종교, 미술, 음악 등을 넘나드는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낯선 미술사조(흐름)와 니체, 피카소, 잭슨 폴락 등의 이름들이 언급되고, 현란한 미학적 수사들이 동반된다. 고리타분하고 현학적인 언어 유희를 넘어, 그 현장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야기는 이전 세대와 앞으로 올 세대의 충돌로 심화된다. 피카소의 입체파를 몰아낸 마크 로스코의 추상표현주의가 앤디 워홀의 팝아트에 의해 위기를 맞는 것처럼, 새로운 것이 이전의 것을 누르는 것은 인류의 모든 분야에서 벌어져 온 현상이다.
 
연극 <레드>의 무대는 로스코의 작업실, 그 자체다. 무대 위에는 각종 붉은색 물감, 물감이 든 양동이, 브러쉬 등으로 가득하다. 축음기에서는 로스코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공간을 압도하는 사이즈의 미술 작품들은 조명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의 강렬한 색감을 풍겨낸다.
배우들은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캔버스를 짜고, 물감을 섞고, 거대한 캔버스에 땀을 흘리며 직접 밑칠을 한다. 예술가의 삶이고 인간의 삶이다. 이 생생한 재현을 통해 관객들은 마치 한 예술가의 작업실에 함께 있는 듯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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