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나라 돌아가는 양태를 놓고 입 달리고 귀 달린 사람이면 누구나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없을 수 없다.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느냐”는 한탄의 목소리다. 수백 명 생떼같은 어린 생명들의 목숨을 정치놀음에 이용하고, 급기야는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획책하는 세력들이 이제 가면을 벗어던지고 노골적인 선동에 나섰다.

이 탓에 애초의 국민적 애도 분위기는 세월호 사건 1년 만에 국민 피로감을 만연시켰다. “어째서 천안함 사태 같은 적과의 교전으로, 또는 불법적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히 목숨을 거둔 영웅들의 죽음은 덧없이 초라한 대접을 받고, 과적선에 실려 여행 떠나다가 사고로 죽은 생명은 천하의 고귀한 죽음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이제 민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작년 4월 16일 우리 국민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에 빠졌다. 온 나라 안이 경악과 분노, 슬픔에 잠겼다가 며칠 만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거품으로 확인되고, 속절없이 불귀의 객이 돼버린 어린 고혼들을 애도하는 행렬은 강산을 흔들었다. 무능한 정부를 질타하고 성토하는 분위기는 어느새 반정부 구호를 거침없이 쏟아내게 하는 상황까지 진전됐다. 반정부 반박근혜 세력이 이를 정략에 이용하고 급기야는 종북 좌파세력의 투쟁전선으로 착지되는 국가적 위기 현상이 초래됐다.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높여가고 세월호 유족들과 그들 옹호세력에겐 ‘법치’의 개념조차 무시됐다. 그사이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 화해 버린 것이다. 이 땅의 자식 둔 모든 부모들의 가슴을 찢어놓은 그 애통함을 이용하는 세력이 끝까지 꼬리를 감출 수는 없었다. 서서히 국민들 가슴에 냉기가 일기 시작했다.

근로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시위대 2000여 명이 청와대쪽으로 진출하려다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2일 새벽 2시반경 경찰의 강제 해산 끝에 1시간여 지나서야 인근 차도의 통제가 풀렸다.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만든 4.16연대는 이날 오후 2시 다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불통 폭력정권을 규탄하고 세월호의 진실연대를 만들어가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청와대 바로 앞도 못 갔지만 내일은 더 멀리 가고, 모래는 더 멀리 갈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에 묶여 1년 동안 꼼짝달싹도 못했던 정부에 또다시 치외법권적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2년 내내 빚어내는 갖가지 여야 공방은 목불인견(目不忍見)으로 표현치 않을 수 없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뻔한 이치에 관해서까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국회의원들 짓거리가 정말 저 사람들이 유권자 선택으로 국회에 들어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다.

특정 계파의 수장으로 지목되는 인사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이성마저 상실해버린 경지에 진정 돌아버릴 것 같다는 유권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수많은 유권들이 이제 정치에 무관심할 수만 없다는 인식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누군가가 나타나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공공연해져서 공감대를 키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국회가 저 모양이면 대통령 시행령으로 국가 이익을 지켜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비상대권이라도 발동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비생대권에는 계엄선포권이 포함되나 좁은 의미로는 비상명령, 비상처분발동권만을 의미한다. 아마 국회만 생각하면 박 대통령 한숨이 절로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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