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모델 출신 배우들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 차승원의 경우 훤칠한 외모에 그치지 않고 감칠맛 나는 연기와 예능감으로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한 대표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영화 <간신>을 통해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주지훈이 모델 출신 연기자의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선 희대의 간신으로 분한 주지훈은 예고편에서 측근들조차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외모와 눈빛을 연출해 냈다. 더욱이 정통사극에 처음 도전했지만 어색함 없이 조선시대 사대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지훈은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민규동 감독님 말만 듣고 시나리오를 결정했다”면서 “이미 하기로 해서 따져볼 필요 없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시나리오의 세밀한 부분을 더욱 잘 표현하고 묘사해내는 데 혼신을 다했다.

이 같은 열정에는 민 감독에 대한 믿음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대본이 좀 길었지만 감독님이 알아서 줄이시겠지 생각했다”면서 연산군(김강우 분)과의 차별성에 대한 물음에도 “믿었다. 제목이 간신인데 설마 묻히게 했겠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주지훈의 연기는 거칠 것 없었다. 촬영 초반에는 스스로 변사를 해야 하고 이야기를 풀어가야 해서 감독과 갈등이 있었지만 믿음 하나로 연기에만 몰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지훈은 “촬영을 하면서 이건 안 되는데 했는데 하다 보니 됐다”면서 “연기를 감성만 가지고 할 수는 없잖아요. 감성을 담아낼 그릇이 필요하다. 이 그릇에 담으면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감독님이 밀도 있게 담아내셨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으로 임금 위의 임금인 <간신>과 앞서 황태자 역할도 해봤지만 한 번도 왕은 못해봤다는 그는 “다른 의미로는 최고가 된 것 같다. 드라마 ‘궁’에서도 왕위를 넘기고 자유를 찾아 떠났고 여기서도 권력에 반해 떠났다며 그렇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게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지훈은 “지금은 모델 했을 때와 비교하면 수입도 많고 여건이 나아졌지만 지금이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실제 그간 맡았던 캐릭터처럼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당장 그러고 싶지만 배우라는 삶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맞지만 해야 돼서 하는 것들도 있잖아요. 떠난다는 게 장소의 의미만은 아니다”면서 “20대 때는 참 무모했다. 궁이 끝나고 마왕 개봉까지 1년 8개월이 걸렸는데 그때 당시 기다릴 거야라며 쉬었다. 그런 것들이 일종의 떠남인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어떤 무의식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항상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생계형 연예인’이라며 막상 선택하지 못하는 자신을 대변했다. “지금은 저축 같은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고 후배도 많아져서 술도 사줘야 하는 등 현실적인 것들이 있다. 다 내려놓으면 되는데 쉽지 않다”며 “조금만 포기하면 되는데 어릴 적부터 가장이라는 이유로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더욱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종종 언급한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영화제작은 누군가의 꿈이잖아요. 영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투자를 하는 제작사도, 막내 스태프들 하나하나까지 소중한 꿈”이라며 “매일 밤을 새우다 보면 학을 뛴다. 나도 ‘내 몸이 움직여지네’라며 연기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감에도 묵묵히 연기를 위해 걸어가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지훈은 “군대에 있을 때 힘들었다. 친구랑 커피를 마시다가 빨리 제대해야겠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크게 웃었다. 친구가, 아무리 고민한다고 빨리 제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해져 있는 거라는 말에 무릎을 쳤다”면서 “(작품을 만드는 데) 아무런 힘이 없다. 그저 연기를 할 뿐”이라고 담담함을 표현했다.

자신의 연기평가에 대해 “거의 초기 인류단계에서 청동기까지 오지 않았냐”고 말해 웃음을 선사한 그는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니깐 끝도 없고 그게 재미있는 것”이라며 “이번 작품이 역사극이고 실제 사건들인데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요소들로 즐겁게 볼 수 있다. 영화관에 오셔서 즐겁게 보고 가셨음 좋겠다”고 당부의 말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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